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전 국민 소득보험’ 카드를 꺼냈다. 공식 석상에서 이 후보가 직접 전 국민 소득보험을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적용 대상에는 정규직 임금 근로자 외에 프리랜서와 특수고용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등 ‘불안정 취업자’가 포함된다. 기존 고용보험은 고용 관계가 있어야만 적용돼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고용 관계가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사회보험을 확대하겠다는 개념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 후보가 지지율 40%의 벽을 뚫지 못하자 전 국민 소득보험을 언급하며 복지 확대 공약으로 박스권 탈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 후보는 탈모 건강보험 적용과 마찬가지로 아직 공약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여론 추이’를 살펴 유불리를 판단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최근에 고용보험을 전 국민 고용보험화하자고 하는데 사실 저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넘어 장기적으로 전 국민 소득보험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가 이 후보에게 “돌봄 종사자가 전국에 5만 5,000명으로 평균 65세, 중장년 여성이지만 4대 보험 지표상 이분들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하며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자 나온 답변이었다. 이 후보가 당장 도입 검토를 공언한 것은 아니지만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가 복지 확대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활발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국가 부담도, 공적 책임도 강화해야겠지만 가야 할 길 아닌가 생각한다”며 “언제 될지 몰라도 방향은 그렇게 잡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여성 창업가의 애로 사항은 물론 여성 경력 단절 예방, 남성 육아휴직제 등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특히 경력 단절과 관련해 “남성과 여성의 육아 돌봄 책임을 균등하게 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남성이 육아휴직을 활용하지 않을 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간담회 직후 취재진을 만나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지 않으면 그만큼 손실이 되게 해서 제도를 활용하도록 권장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며 “권장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도 설명했다.
이 후보가 전 국민 소득보험 등을 꺼내 들고 2030 여성들을 정조준한 것은 박스권 지지율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 후반대를 일관되게 기록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조차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데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41%를 기록해 이 후보보다 5%포인트나 높았다. 이 후보 측에서는 2030 여성 표심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기록한 41%의 득표율도 쉽지 않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20·30대 여성 유권자층이 좀처럼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도 싫지만 이 후보에 대한 반감 역시 큰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면서 “스캔들 이슈 등이 2030 여성을 공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0대 여성들의 지지율만 현재 대통령 지지율만큼 회복돼도 전체 지지율이 3%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며 “맞춤형 공약으로 전력투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