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2,000억 원 줄면서 12월 기준으로 사상 처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도 대출을 규제하면서 대출 증가세가 가까스로 멈춘 셈이다. 하지만 최근 대출이 다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이 안정됐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 6,791억 원으로 전월 대비 1,795억 원 감소했다.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SKIET 청약 증거금이 대거 반환된 지난해 5월(-1조 6,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이다. 그 이전에는 2014년 1월에 2조 2,000억 원이 감소한 적이 있다. 12월 기준으로는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은행 가계대출이 꺾인 것은 기타대출이 2조 2,000억 원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은행권의 지속적인 신용대출 관리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연말 상여금 유입 등으로 감소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전세 관련 자금수요로 2조 원 증가했다. 다만 주택매매거래 둔화와 집단대출 취급 감소 영향으로 증가세는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대출 관리와 금리 상승에 상여금 유입 등 연말 효과로 증가세 둔화가 지속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올해 초 금융기관이 본격적으로 대출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추세적 안정이라고 보기엔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2조 8,000억 원 줄어들면서 전월 대비 감소 전환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1조 원 감소했고, 대기업 대출도 1조 7,000억 원 줄었다. 기업들은 연말 재무제표 관리를 위해 운전자금을 일시상환하기 때문에 매년 12월마다 은행 대출이 크게 줄어든다. 다만 이번에는 지난해(-5조 6,000억 원) 등에 비해 감소 폭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은은 은행권 대출이 막히면서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는 크지 않다고 봤다. 박 차장은 “비은행권 가계대출도 증가 규모가 이전에 비해 상당 폭 축소됐기 때문에 풍선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조심스럽다”라며 “제2금융권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관리를 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