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2020년 9%에서 2024년 17%로 올라간다.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올해부터 3년 동안 20%에 머문다.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 격차는 2024년 3%포인트까지 좁혀지게 되는 셈이다. 중국의 점유율 증가세가 가파른 것은 막대한 보조금, 조달 특혜 등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 회사들이 국내 수요의 17%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반도체 제조 역량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14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빅펀드’로 불리는 520억 달러(약 62조 6,000억 원)의 반도체 산업 지원금을 쏟아부었을 정도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지난 3년 동안 최소 6개의 대형 반도체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내후년에 턱밑까지 추격해온다는 것은 우리 반도체 산업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지 보여준다. 이대로 가면 세계 1위인 우리 메모리 반도체가 잠식당하는 것은 물론 대대적 투자에 나선 시스템 반도체는 꽃도 피우지 못하고 사그라들 수 있다.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을 선도하려면 중국은 물론 어느 나라 기업도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된다. 이를 위해 기업은 과감한 투자를 하고 정부는 그런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된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은 핵심인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등 인력 양성 방안이 빠진 맹탕에 불과하다.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려면 초격차 고급 인재가 있어야 된다. 반도체 분야에서 3년에 1만 명 정도의 신규 인력이 필요한 데 주요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은 10분의 1도 안 된다. 대선 이후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