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세제실 개편으로...60조 오류 어물쩍 넘기나

[ 홍남기 부총리 쇄신안 깜짝발표]

"칸막이 지나치게 높다" 작심 비판

세수추계 모형 보완·물갈이 인사

조세심의회 신설·성과관리 예고

새정부 출범 앞둬 시점 지적도

홍남기(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외청장 회의에 참석해 있다./사진 제공=기획재정부홍남기(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외청장 회의에 참석해 있다./사진 제공=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60조 원에 가까운 세수 추계 오류를 낸 세제실을 수술대에 올렸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 내에서도 ‘전문가’ 비중이 높아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세제실을 두고 “칸막이가 지나치게 높아 외부 의견을 듣는 데 한계가 있지 않느냐”고 작심 비판했다.

홍 부총리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세제실 개혁 방안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과도한 세수 추계 오류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이번 기회에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세제실을 대상으로 과감한 인사 교류, 세수 추계 모형 재점검, 조세심의회 신설, 성과 평가 지표 운영 등 네 가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1분기 중 세수 추계 모형을 재점검해 보완 대책을 내놓는 한편 세수 추계 모델을 대외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2월 중 단행될 세제실 과장급 인사에서도 상당수 보직을 기재부 내 타 실국과 교류해 폐쇄성을 낮출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세제실은 전문가들이 일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 세제실 출신 사무관이 과장이 되고 또 그 과장이 국·실장이 되는 문화가 있다”며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기 위해 인력 충원의 칸막이를 과감하게 낮추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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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실 의사 결정 시스템도 개선한다. 현재 예산실에서 운영하는 예산심의회와 유사한 ‘조세심의회’를 설치해 세목(稅目)별 세수 추계와 조세별 세제 개편 등을 심의하도록 할 방침이다. 세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일종의 ‘완충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심의회에는 세제실장과 세제실 국장 및 주요 과장들이 참여하게 된다.

세수 추계가 틀렸을 경우에 대한 강력한 제재 장치도 도입된다. 세수 추계 허용 기준을 사전에 설정하고 올해처럼 대규모 오차가 났을 경우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원인과 대책을 찾도록 할 계획이다. 또 연간 세제 운용, 세제 개편 등에 대해서도 A·B·C·D·E 등급제를 도입해 C·D·E 등급을 받을 경우 책임을 묻도록 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가 내놓은 고강도 쇄신 방안에 세제실은 발칵 뒤집어졌다. 홍 부총리가 세제실 업무 방식에 불만이 많아 올해 인사에서 칼을 댈 수 있다는 관측은 나왔지만 이날 공개한 쇄신안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모두 오차가 컸는데 여기에 기반한 세수 추계를 내놓는 세제실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특히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경우 조직 전반적으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수 추계도 홍 부총리의 최종 책임인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실무인 세제실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나라살림연구소는 “정확한 세수 추계가 어려울 수 있지만 세수가 빗나갈 것이 예측됨에도 정부가 이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정부가 편성에 착수한 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서는 14조 원 규모에서 더 늘릴 계획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올해 추경 재원은 일부 기금 조정을 제외한 대부분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된다”며 “국회에서도 추경 규모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 입장이 고려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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