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단독] 한은 노조원도 몰랐던 부동산 투자…투쟁기금 20억 날릴판

'홍콩 GFGC 빌딩'에 중순위 투자

공실 늘며 손실 가능성…3월 확정

조합원은 투자 사실 뒤늦게 알아

'귀족노조' 투자 곱지않은 시선도

한국은행 앞 /연합뉴스한국은행 앞 /연합뉴스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2019년 노조 투쟁 기금으로 홍콩 부동산에 메자닌(중순위) 투자에 나섰다가 20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노조 조합비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을 뿐 아니라 자칫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노조원들에게 알려지면서 한은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8일 한은 노조 등에 따르면 2019년 당시 한은 노조 집행부는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홍콩 주룽반도에 위치한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에 대한 중순위 투자에 참여했다. 당시 한은 노조는 특별회계로 적립해둔 투쟁 기금으로 미래에셋대우가 GFGC 빌딩에 투자한 뒤 운용한 메자닌 대출 펀드에 참여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9년 GFGC 빌딩에 2억 4,300만 달러(2019년 환율 기준 약 2,800억 원)를 투자한 바 있다.





안정적 수익을 기대한 투자는 코로나19 사태 등과 홍콩 내 정치적 갈등이 격화되며 예상을 빗나가기 시작했다. 빌딩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고 자산 가치도 급락했다. 건물 가치가 계속 떨어지며 골드만삭스 등 선순위 투자자가 매각 후 투자금 회수에 들어갔고 중순위 투자자인 한은 노조는 투자금을 잃게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손실 여부는 부동산 매각이 완료되는 오는 3월 이후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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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당시 노조 집행부가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절차적 문제가 없었더라도 대다수 노조원이 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을 뿐 아니라 투쟁 기금으로 투자에 나선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한은 내부에서도 나온다. 노조의 투쟁 기금은 집행부가 해고되거나 급여가 안 나올 것을 대비해 노조 규약에 따라 노조원으로부터 걷는 일종의 조합비다. 조합비 사용은 규약에 정한 바에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총회나 대의원대회의 의결 등을 통해 결정한다. 한은 노조는 일부만 참여하는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투자를 의결했으나 이 사실을 전체 노조원에게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노조원은 투자 사실조차 최근에야 인지했다. 외부 시선도 따갑다. 노조가 수익만을 고려해 대규모 현금을 위험 자산인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을 두고 ‘귀족 노조’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 노조 집행부는 당시 집행부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따라 투자를 결정했는지 등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최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중순위 투자자로 참여한 만큼 당장 손쓸 방법은 없다. 유희준 현 한은 노조위원장은 “20억 원이 사라지면 노조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회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중순위 투자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이번 투자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은 지역본부에서 제공하는 구내식당 식단이 부실하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노조가 사 측과 협의해 노조원들의 처우 개선 등에 나서기보다는 조합비로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은 노조의 한 조합원은 “그동안 모르고 있다가 최근 투자 사실을 알게 됐는데 손실까지 낼 수 있다는 소식에 조합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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