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 보기]법에 어긋난 선거용 추경 안 된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文정부 5년 국가채무 400조 급증

초과세수 핑계로 선거전 추경 강행

금리상승 유발해 국민부담 더 늘려





몇 달 전 이 칼럼에서 돈 푸는 추가경정예산은 제발 더 없어야 한다고 썼다. 특히 대선 전 정치권이 현금 살포 대책을 꺼낼지가 걱정이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올해 초 추경 얘기가 또 나왔다.



여당 원내대변인은 대선 선거운동 시작 전날인 오는 2월 14일 무렵 추경 국회 처리를 언급했다. 임시국회 기간 중 확정하자는 취지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추경으로 확보한 돈을 대선에 맞춰서 뿌린다는 뜻이다.

추경을 가속한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한몫했다. “초과 세수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더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참모 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이 ‘초과 세수’라는 말은 자칫 남는 돈이라는 의미로 오해되기 쉽다. 우리나라 재정은 지난해도 올해도 수입이 지출보다 100조 원가량 적은 적자다. 그래서 모자란 돈을 국채로 메워야 하는 상황으로 수입 초과 상태가 결코 아니다.



‘초과 세수’의 비교 기준은 예측 세수다. 관리들의 애초 예측치보다 결과치가 높으면 초과 세수가 생기는데 이는 정부가 부정확했다는 뜻이며 이를 핑계로 빚더미 국가가 돈을 더 쓸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7년 말 660조 원이던 국가 채무가 5년 뒤인 올해 말 1,064조 원으로 400조 원이나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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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신속한 대책 마련 지시가 있은 다음 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 방침을 밝혔다.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을 도울 필요성은 있으나 지금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법적 요건에 안 맞다. 국가재정법 제89조는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해 이미 확정된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지원은 여섯 차례 추경에 더해 올해 예산에도 반영돼 지난해 말부터 손실 보상에 대한 선지급금 지원과 대상 확대가 시작됐다. 이미 정해진 예산도 채 집행되지 않은 상태며 예비비 등의 재원도 남았다.

이번 추경은 그동안 정해온 소상공인 지원 원칙도 흐트러뜨린다. 정부는 영업 금지나 제한 조치 대상 업체에 손실을 보상하고 그 외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매출 감소분을 기준으로 지원해왔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전부 또는 사전 지원 등을 내세우며 총액도 25조 원, 50조 원으로 늘리자 하고 이번 추경 후에도 또 준다는 얘기까지 태연히 하고 있다.

예산보다 늘어난 수입은 정확히는 세계잉여금이며 국가재정법은 이를 지방교부금, 공적자금상환기금 상환, 국가 채무 상환에 먼저 사용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빚 갚는 데 우선순위를 두라는 지극히 당연한 원칙인데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외면한다.

매년 4월 그 전해 회계를 결산해 세계잉여금이 확정되며 그 후에야 사용처를 정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초과 세수를 갖고 추경을 짠다는 말은 틀리며 현재 쓸 돈이 없으니 국채를 발행해 추경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추경을 위한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 상승 요인이라고 했는데 때아닌 추경이 국민 이자 부담을 늘린다.

추경을 지금 하자는 여당이야 그렇다 치고 야당의 동조는 이해가 안 된다. 선거에 이길 자신이 있다면 초과 세수를 핑계로 지금 추경하지 말고 법대로 4월에 결산해 5월 출발하는 새 정부가 정하게 놓아두라고 주장해야 한다.

올해 1인당 국가 부채가 2,000만 원이며 미래로 갈수록 부담이 확대된다. 인구 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한 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 숫자가 20년 후에는 지금보다 세 배로 는다. 연금 개혁과 같은 미래 세대를 위한 문제 해결은 미루고 빚만 늘리려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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