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 최고 업체인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칩 지적재산권(IP) 업체인 ARM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이 지연되면서 인수합병(M&A)에 진척이 없자 사실상 포기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ARM 인수의 포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9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 9,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나 인수가 최종 확정되려면 미국과 영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경쟁 당국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각국의 승인은 좀처럼 나지 않았다. FTC는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의 이 같은 행동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소를 제기했다. FTC는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전체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부터 자율주행 기술까지 차세대 기술의 혁신이 크게 억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자체 컴퓨팅 칩을 개발하는 경쟁사들에 부당하고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리나 칸 위원장이 주재하며 민주·공화당 측 위원 각각 두 명씩 총 네 명으로 구성된 FTC는 소 제기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지난해 7월 이번 인수에 대한 1단계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경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했고, EU 집행위원회 역시 이번 인수로 ARM의 지식재산권이 침해되는지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소식통은 엔비디아가 미국·영국·EU 당국 등의 승인을 얻어내더라도 기업 인수와 관련해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 중국 당국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 측이 이번 인수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ARM의 IPO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