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니애폴리스의 한 의료 시스템 제조 업체에서 근무했던 58세의 케빈 오코너 씨는 지난해 6월 은퇴했다. 오는 2023년까지 회사에 다닐 계획이었던 그가 은퇴 시점을 2년이나 앞당긴 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재택근무를 경험한 그는 팬데믹 종식 이후 과거의 출근 체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오코너 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과거의 일상적 근무 스케줄로 복귀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투자 성과가 좋은 것도 조기 은퇴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도 미국의 고물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명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로 불리는 인력난이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55세 이상 장년층이 직장 복귀가 아닌 조기 은퇴를 선택하면서 구인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연령별 노동참가율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20년 1월 83%였던 25~54세의 노동참가율은 지난해 12월 81.9%로 1.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55세 이상의 노동참가율은 40.3%에서 38.5%로 1.8%포인트 줄었다.
2018년 초와 비교해도 장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은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기준 25~54세의 노동참가율은 기준치(2018년 1월)인 100을 웃도는 반면 55세 이상은 99 수준으로 줄었다. 대부분의 청·중년층은 팬데믹이 진행되는 와중에 노동시장으로 돌아온 반면 장년층의 상당수는 여전히 복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MZ세대의 ‘안티워크(anti-work)’ 등을 원인으로 제시하며 이들의 노동시장 이탈을 인력난의 원인으로 짚었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5~54세의 경우 매달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현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이들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인 83%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장년층에 대해서는 “조기 은퇴하는 (55세 이상)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어렵다”며 "55세 이상의 미국인 장년층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계속 일했다면 현재 약 200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더 고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퓨리서치센터도 “2019년 3분기의 경우 은퇴한 55세 이상이 전체의 48.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50.3%, 같은 기간 65~74세의 은퇴율도 64%에서 66.9%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장년층의 상당수가 조기 은퇴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CNN은 "일부 장년층은 지난 몇 년간 주식시장 강세와 부동산 상승의 혜택을 받아 조기 은퇴를 자발적으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이들의 은퇴를 앞당겼다는 설명이다. CNN은 다만 "강제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된 것도 모자라 실업자까지 됐다. 조기 은퇴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꿈처럼 들릴 수 있지만 모두에게 행복한 이야기가 되지는 않는다"며 “모두가 자발적으로 은퇴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