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지면서 대입 정시모집에서 자연계열 수험생의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 교차 지원이 대폭 늘고 실제 합격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대로 이과의 문과 침공이 현실화 된 것이다.
9일 입시정보업체 진학사가 정시 합격예측 서비스 이용자 중 서울대에 모의지원한 과학탐구 응시자를 분석한 결과, 이중 제2외국어·한문에도 응시한 수험생이 2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2.2%보다 크게 상승한 수치다.
상위권 대학 중 정시에서 제2외국어·한문 성적을 활용하는 곳은 서울대 인문계열이 유일하므로 이들 수험생은 수능 원서를 접수할 때부터 서울대 인문계열로의 교차지원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해석된다. 진학사 점수공개 이용자 기준으로도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수험생 중 자연계열(과탐 응시자)의 비율은 2021학년도에는 0%였으나 올해는 27%에 달했다.
실제로 자연계열 학생이 연세대·고려대 인문계열에 교차지원해 합격한 사례도 다수 나왔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능 점수가 경희대 물리·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지원 가능권인 자연계열 학생이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하고, 동국대 자연계열 지원 가능권 학생이 고려대 인문계열에 합격하는 등 수십 명의 실제 합격 사례가 있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합 수능 2년차에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문과 학생들의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지고 합격 점수 등락 폭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학들이 2023학년도 대입 전형에 변화를 준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서울대는 내년도 정시 모집에서는 교과 이수 현황과 성적,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포함한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을 반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