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집값 안정세'보다 중요한 것은

김흥록 건설부동산부 차장





최근 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부동산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38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0.01%)을 들어 “하향 안정세가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서울 전셋값 변동률도 ‘-0.002%’라며 이례적으로 소수점 세 자리 수치를 인용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홍 부총리는 특히 이 같은 수치를 두고 “공급 정책이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볼 때 매매가와 전세가 변동률을 성과로 내세울 상황은 아니다. 최근 나타나는 상승세 둔화는 오히려 주거와 관련한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 결과라는 게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이 단기간에 늘었다. 대출 규제도 강화돼 매수·매도에 제약을 받는 이들도 많아졌다. 사문화되다시피 한 토지거래허가제도 역시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용도로 부활했다. 집을 사고팔려면 공공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동네가 서울에만 여러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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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일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당첨되면 입주 후 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특정 집에 살아야 할 기간을 정부가 정해준 제도다.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입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규제도 만들었다가 정부 스스로 포기하기도 했다. 취득세를 강화해 집을 사기도 어려워졌고 양도세를 강화해 집을 팔기도 쉽지 않다. 결혼이나 자녀 교육 등 다양한 이유로 2주택자가 될 수도 있는데 무차별적으로 불이익을 강화했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 집값 보합세가 나타나는 것도 총대출이 2억 원을 넘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도록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자금을 확보할 수 없으니 매수세가 줄어들고 급매 정도만 거래되다 보니 집값 변동률은 당연히 보합세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매를 못 하게 막아놓다 보니 실제 물밑 주택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어렵다. 이를 두고 ‘시장 안정’이나 ‘공급 정책의 효과’라고 자평하기에는 보는 사람들이 다소 민망한 감이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 정책은 상승률 억제를 위해 국민의 운신 폭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집값 안정은 주거 정책의 수단이지 최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최종 목표는 국민이 주거로 고통을 받지 않는 것이다. 내 집 팔아 내 집을 못 사는 환경에서 집값 상승률이 둔화한들 과연 국민은 행복할까.

공공의 목표를 위해 어느 정도의 제약은 불가피하다고 하자. 그렇다면 과연 그 수준과 방법을 두고 그동안 국민과 어느 정도의 공감이 이뤄졌을까. 또 앞으로는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이제부터라도 논의해야 한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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