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구조조정 끝낸 두산, 신성장사업 반도체 낙점

■두산, 테스나 인수 추진

‘알짜’ 솔루스 이을 미래 사업 절실

삼성·SK 주요 벤더, 캐시카우 톡톡





두산이 인수에 나선 테스나는 반도체 후(後)공정 기업으로 웨이퍼나 패키징 작업 이후 테스트를 담당한다. 반도체 후공정 시장은 최근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고속 성장에 힘입어 급격히 커지는 동시에 만성적인 공급 부족으로 높은 수익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혹독한 구조 조정 속에 전기차 확산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였던 두산솔루스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두산으로서는 새로운 성장 산업이자 현금 창출 능력까지 우수한 테스나가 한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후공정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견줄 만큼 각광받고 있다. 후공정 시장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2030 1위’ 비전을 선포하면서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CMOS 이미지센서(CIS) 등 시스템반도체 생산량을 늘려가기 시작하면서 국내 후공정 전문 업체들의 생산 물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고 자동차의 전장화에 따라 전력반도체(PMIC)나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반도체 생산이 늘며 후공장 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IBS가 2020년 780억 달러였던 칩 위탁 생산(파운드리) 시장이 오는 2030년 2704억 달러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조립 및 패키징 장비 시장 규모는 2020년 39억 달러에서 2022년 73억 달러 규모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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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탄탄한 시장 위에 테스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를 고객사로 두고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며 매년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테스나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440억 원, 영업이익은 348억 원으로 이미 전년도 전체 실적을 훨씬 웃돌았으며 높은 이익률을 자랑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이면서 경기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해 꾸준한 실적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조기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두산그룹으로서는 테스나를 품에 안을 경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룹의 오랜 고민거리인 유동성 리스크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잡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은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2년 전 동박·전지박 및 바이오 소재 전문 업체 두산솔루스를 매각했다. 솔루스가 만드는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용 수요가 늘면서 더 큰 성장이 기대됐지만 당장 현금이 급한 두산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의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솔루스 매각의 아픔을 대체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반도체 후공정 기업 테스나가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떠오른 이유다. 또 테스나가 벌어 들이는 연간 수백억 원의 현금은 유동성에 목말라하던 두산에 단비가 될 수 있다. 두산이 테스나를 인수할 경우 전체 인수 금액 가운데 절반가량을 인수 금융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점도 그룹의 재무적 부담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세에 접어든 두산밥캣과 테스나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하면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진혁 기자·강해령 기자·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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