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관계사인 SK텔레콤 회장직을 맡아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사업을 직접 챙기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에 이어 그룹 내 네 번째 회장직을 맡는 것으로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AI까지 핵심 미래 사업의 근본적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SK그룹은 “최 회장이 SK텔레콤의 무보수 미등기 회장직을 맡아 AI 사업과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미등기 회장으로 보임되는 만큼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근본적인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맡게 된다.
최 회장은 그룹의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이사회에 참여하며 의사결정을 해왔다. 또한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에서는 미등기 회장을 맡고 있다. 보수는 SK㈜와 SK하이닉스로부터 받는다.
최 회장이 미등기 회장이 되더라도 SK텔레콤의 일상적 경영 활동은 전문 경영인인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경영진이 담당하고 주요한 의사결정도 김용학 의장을 비롯한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최 회장은 그동안 SK텔레콤 회장직을 맡는 것을 놓고 숙고해왔으며 SK텔레콤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들과 사전에 만나 의견을 구한 결과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SK텔레콤 회장직을 맡아 ‘글로벌 AI 컴퍼니로 성장시키는 데 관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단기 성과를 넘어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에 강한 추진력을 확보함으로써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이날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도전을 위한 기회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SK텔레콤의 도전에 함께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글을 SK텔레콤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SK텔레콤 회장으로서 최 회장의 업무는 우선 이들 사업 및 서비스가 기존 계획에 맞춰 국내외 시장에서 안착하도록 하는 데 방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SK텔레콤 등 정보통신기술(ICT) 3사가 모두 500억 원을 공동투자한 미국 법인 ‘사피온 Inc.’의 설립 소식을 알렸다.
신설 법인은 SK텔레콤이 2020년 11월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의 글로벌 시장 공략 업무를 맡았다. 사피온은 처음 출시 당시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딥러닝 연산 속도가 1.5배 빠르지만 가격은 절반, 전력 사용량은 80%에 불과해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SK ICT 3사는 SK텔레콤의 5세대(5G) 이동통신과 AI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개발(R&D) 역량과 서비스 경험,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SK스퀘어의 전략·재무적 투자 유치 능력을 토대로 시너지를 극대화해 미국 현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사로 삼을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새로운 AI 비서 ‘아폴로(가칭)’, 스마트폰에 캐릭터 아바타를 창조해 AI 비서처럼 사용하는 서비스 ‘아이버스(AI+메타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10년 전 최태원 회장 주도로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후 SK 계열사들은 배터리·바이오·수소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최 회장은 자신이 가진 비전과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 강한 추진력을 활용해 SK텔레콤의 역량을 한데 모아 실제 혁신을 이뤄나가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