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엔화 약세 심화로 28일 엔화에 견준 원화 환율이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8일 오후 3시 30분 기준 하나은행이 고시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6원 55전으로 전 거래일(25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1000원 21전)에서 3원 66전 내렸다. 이는 2018년 12월 14일(995원 9전)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와 엔화는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달러화 대비 가치를 비교한 재정환율로 두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따진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가 가파르게 약세를 띠면서 원·엔 환율도 하락(원화 상대가치 상승)하게 된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게 엔화 약세의 주된 배경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일본의 무역수지 악화 전망도 엔화 가치에 하락 압력을 보태고 있다.
특히 이날 일본은행이 자국 채권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서면서 엔화 가치의 추가 급락을 부추겼다. 달러화에 견준 원화도 엔화와 동반해 약세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원 5전 오른 1227원 3전에 거래를 마쳤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라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우려하는 견해도 나온다. 자동차·조선·전자 업종의 타격이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엔화가 원화보다 더 크게 하락하면 우리 기업의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