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두선 신임 대우조선해양 대표를 두고 ‘공공기관 알 박기 인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으로 봉합 수순을 밟았던 신구 권력 간 갈등이 다시 점화하는 모양새다. 인수위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 등에 감사원 감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인수위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며 정면 충돌했다. 특히 인수위가 박 신임 대표는 문 대통령 동생과 대학 동창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알 박기 인사의 배후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지목하면서 갈등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3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브리핑을 하고 “대우조선해양은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인수위는 부실 공기업에서 벌어진 해당 사안이 감사 대상이 되는지 감사원에 요건 검토와 면밀한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2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선임됐다.
인수위는 민간 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공공기관식 알 박기’라고 규정했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구조를 보면 산업은행이 55.7%로 최대주주다. 원 대변인은 “국민 세금 4조 1000억 원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이 지분 절반을 넘게 보유한 사실상의 공기업”이라며 “회생 방안을 마련하고 독자 생존하려면 구조 조정 등 고통스러운 정상화가 잇따라야 하고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조율할 새 경영진이 필요한 게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그러면서 박 대표가 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창이라는 점을 근거로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시사했다. 원 대변인은 “대통령 동생의 동창으로 지목된 인사를 임명한 것은 상식·관행을 벗어난 것을 넘어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원회 지침을 무시한 직권남용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금융위가 2월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 절차 중단을 요청했는데 산업은행이 금융위의 지시를 무시했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인수위는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내로남불’이라고도 질타했다. 원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 전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에게 정권 교체기 인사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다는 식의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권 이양기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부실 공기업에서 비상식적 인사가 강행된 것은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발끈했다. 청와대는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박 대표는 198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정통 ‘대우조선해양맨’이자 선박생산운영담당·특수선사업담당·조선소장 등 소위 ‘엘리트 코스’를 거친 내부 전문가로 선임 과정에서도 아무런 잡음이 없었는데 오히려 윤 당선인 측이 선거 보은성 인사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청와대와 인수위가 박 대표 선임을 두고 문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3일 만에 다시 맞붙으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현안을 두고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원 대변인은 “집무실 이전 문제와 공기업 알 박기 인사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내용이고 연결 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