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골프는 유독 ‘큰판’에 강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47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23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우승 확률은 거의 50%였다. 한 해에 메이저 3승 이상을 거둔 것도 6차례나 됐다. 그런데 지난해 5대 메이저에서 무관에 그치며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한국 군단이 메이저 대회 우승 없이 시즌을 보낸 것은 2010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었다.
한국 여자 골프의 ‘메이저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4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 셰브런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김효주(27)의 공동 8위(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가 한국 선수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한국 여자 골프는 이로써 최근 6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 메이저 우승은 2020년 12월 김아림(27)의 US 여자 오픈 제패였다. 한국은 최근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7)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7승을 합작한 지난해에도 고진영이 홀로 5승을 책임졌다. 나머지 2승은 박인비(34)와 김효주의 1승씩이었다. 올해도 7개 대회를 치른 현재 고진영만 1승을 거뒀다.
한국이 부진하자 최근 미국과 태국 등이 강세다. 이날은 미국 선수끼리 우승 경쟁을 벌였다. 제니퍼 컵초가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해 2위 제시카 코르다(12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75만 달러(약 9억 1000만 원)다. 미국 선수의 이 대회 우승은 2015년 브리트니 린시컴 이후 7년 만이다.
이날 6타 차 선두로 출발한 컵초는 생애 첫 우승을 앞두고는 흔들렸다. 그린을 7차례나 놓쳤고 퍼트 수도 전날 25개에서 31개까지 치솟았다. 버디 5개를 골라냈지만 보기 7개를 쏟아내 2타를 잃었다. 후반 한때 코르다에게 2타 차까지 쫓겼던 컵초는 앞서 경기한 코르다가 보기를 범한 15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4타 차로 벌리며 한숨을 돌렸다. 컵초는 막판 17번(파3)과 18번 홀(파5)에서 연속 보기를 범했지만 ‘마지막 호수의 여인’이 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1983년부터 미션힐스에서 열려온 이 대회는 우승자가 18번 홀 그린 옆 ‘포피의 연못’에 뛰어드는 전통이 있다. 내년부터 대회 장소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옮기는 까닭에 그 맥은 올해 끝났다. 아마추어 시절 세계 1위에도 올랐던 컵초는 2019년 프로 전향 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하다 이번 우승으로 한 단계 도약할 전기를 마련했다.
김세영(29)과 최혜진(23)이 5언더파 공동 17위, 박인비는 3언더파 공동 35위에 올랐고 고진영은 이븐파 공동 53위로 마쳤다. 역시 공동 53위에 오른 최운정(32)은 184야드의 17번 홀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해 BMW iX 자동차를 부상으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