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사권을 가진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강조하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와 장관 조각(組閣) 작업에 힘을 싣고 있다.
책임총리라는 역할 부여로 15년 전 이미 국무총리직을 수행했던 한 후보자에게 정치적 명분을 쌓아주는 한편 윤 당선인이 예고했던 총리-경제부총리-금융위원장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드림팀’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4일 인수위가 밝힌 윤석열식 책임총리-책임장관제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 책임총리라는 말을 써왔지만 말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당선인은 진짜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권한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고 제1의 권한은 인사권”이라고 말했다. 총리가 장관 임명 제청권을, 장관은 차관 임명 제청권을 가져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인사권 없는 총리, 인사권 없는 장관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구축한 역대 정부의 폐해라는 당선인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며 “책임총리-책임장관제는 일하는 정부,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정부라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윤 당선인은 2일 한 후보자를 만나 인수위가 검토한 장관 인선안을 건네며 장관 인선 과정에서 한 후보자의 의중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장제원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이) 저보고 내각 인선안을 (총리 후보자에게) 먼저 보고하라고 해서 먼저 보고했다”며 “그래야 (회동) 당일날 당선인과 총리 후보가 실질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본인이 이 안에 대해서 생각하고 당선인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 슬림화를 통한 책임총리-책임장관제 강화 방안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청와대 직제 개편과 책임총리-책임장관제 구현은 동일 선상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도 “청와대를 축소 개편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실현된다면 자연스럽게 총리와 장권의 정책적 권한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등 윤 당선인 측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경제 정책 실패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했던 부동산 문제를 집중 질타한 것을 두고 청와대 정책실장 폐지 등이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윤 당선인의 책임총리-책임장관제가 한 후보자의 ‘올드보이’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정치적 수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올드보이의 귀환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며 “책임총리와는 반대되는 ‘바지총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