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만 놓고 보기에는 정말 아까운 인재입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초기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게 법무부 장관 후보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만나보라고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당선인은 장 실장에게 “한 검사장은 법무부 장관을 맡을 충분한 능력이 있다”며 “개인적인 사사로운 인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법무행정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행정 체계를 시스템화시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달라”고 당부했고 이후 장 실장은 한 후보자와 조찬을 하며 약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저지하기 위해 한 후보자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검수완박 추진이 본격화되기 전 이미 한 후보자를 단수로 낙점했던 것이다. 정치권은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윤 당선인은 전날 한 후보자를 지명하며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의 법무장관 지명은 검증 과정에 탈락하지 않는 한 기정사실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한 후보자가 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가 지검장을 맡는 등 수사 일선으로 복귀하면 보복 수사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장 실장에게 “(한 검사장이) 어떤 자리에 가서 수사를 하더라도 보복 수사 이야기가 나오고 또 칼춤 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윤 당선인 측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강조해온 것도 한 후보자의 법무장관 지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별수사 전문가인 한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쥐고 검찰에 군림하는 모양새가 되면 보복 수사 비판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한 검사장의) 수사지휘권을 아예 배제하고 법무행정을 제대로 맡겨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례적으로 한 후보자 인선 이유를 직접 설명하며 수사지휘권 발동은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에게 ‘칼을 거두고 펜’을 쥐어주었다”며 “(그의 능력을) 아끼기에 칼을 거둬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지휘권이 없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말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