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증시 불황으로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가운데 신한금융투자가 1분기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두 자릿수 성과를 내던 일부 증권사들은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보험사 및 은행보다 부진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3~5년 장기 수익률은 여전히 주식·채권 등의 상품을 담은 원리금 비보장형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상품에 우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지난해 대비 저조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IRP 부문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1.78%(합계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다. 원리금 보장(1.72%) 및 원리금 비보장(1.99%) 수익률 역시 증권사 내에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미래에셋증권(006800)(합계수익률 1.12%)·NH투자증권(005940)(1.10%) 등이 이었다.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부문에서는 현대차증권(001500)이 각각 1.82%, 1.06%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들 기록은 같은 기간 보험업계 퇴직연금 수익률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올 1분기 롯데손해보험(000400)은 IRP에서 1.81%, DB형에서 1.97%의 수익률을 내면서 증권업계보다 우수한 성적을 냈다. DC형 부문에서도 KDB생명보험(2.19%)의 성과가 증권사 수익률을 뛰어넘었다. 특히 DC형에서는 보험사 17개 사 중 2개 사를 제외한 모든 곳의 수익률이 증권업계를 앞섰다.
올해 상황은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이 보험 및 은행권을 압도하던 지난해 1분기와 상반된다. 지난해 1분기 IRP 기준 증권사 14곳 중 과반인 8곳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신영증권(001720)(27.39%)·한국투자증권(12.49%)·미래에셋증권(11.37%) 등은 높은 수익률로 눈길을 끌었다. 이 기간 보험사와 은행들의 수익률은 한 자릿수대에 머물렀다. 한편 올 1분기에는 신영증권(-2.09%)·유안타증권(003470)(-0.06%)·하나금융투자(-0.41%) 등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증시 부진이 장기화하자 다른 업권 대비 적극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증권사의 타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의 경우 퇴직연금을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원하는 가입자들의 비중이 높다. 지난해 기준 실적배당형 운용 비중은 금융 투자 업계가 28% 수준으로 은행(13%)·생명보험(5%)·손해보험(1%) 등을 큰 폭으로 앞선다.
그러나 3~5년 장기 수익률은 금융 투자 업계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IRP 기준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3년 평균 수익률은 10.9%, KB증권은 11.01%, NH투자증권은 10.72%, 한국투자증권은 10.64%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연금이 장기 운용 자금인 만큼 분기별 성과보다는 장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출 것을 조언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 들어 주식 및 채권 시장이 모두 약세 전환한 만큼 전반적인 성과가 지난해만 하지 못한 가운데 증권업계의 타격이 컸다”면서도 “1분기에 이어 2분기 역시 좋은 상황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후 주식시장 회복과 함께 수익률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5년 평균 수익률의 경우 증권업계가 2~3%대(IRP 기준) 수준으로 다른 업권 성적을 여전히 앞서고 있다.
한편 연금 자산의 적극적 운용을 위한 증권업계로의 ‘머니 무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합계는 64조 3664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53조 1367억 원) 대비 10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말(63조 1011억 원)과 비교해서도 1분기 만에 1조 원 규모가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