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상하이 등 주요 지역 봉쇄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성장률 둔화로 시장 자체의 구매력까지 떨어지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을 주요 수출 거점으로 삼고 있는 기업들의 영업 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영업 위기에 봉착했다. 패션 브랜드 스파오·미쏘 등 상하이 내 23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이랜드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22일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SPC그룹 파리바게뜨와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도 상하이 대부분의 매장이 휴업 중이다. 중국 내 제품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는 아모레퍼시픽도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철강 업계에서도 포스코의 경우 상하이 봉쇄 여파로 인근 장쑤성 쿤산 철강 제품 가공 센터 운영이 차질을 빚으면서 완제품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전자 업계는 물류난으로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중국 내 경제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국내 수출 기업들의 경우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제위기로 일부에서 차질이 빚어지면 전체 공급 라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주요 도시 봉쇄 이후 경제 상황이 빠르게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 사업 전략 수정에 나선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에뛰드·이니스프리 등 저가 로드숍 브랜드가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소비 시장 침체에다 ‘차이나 뷰티’ 공세에 발목을 잡힌 탓인데, 회사는 고가 라인의 비중을 늘려 대응하기로 했다.
엔저 여파로 중국 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2017~2021년 8.8%로 직전 5년(9.8%)에 비해 1.0%포인트 낮아졌다. 중국 내 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 10대 소비재의 경우 같은 기간 5.4%에서 4.2%로 1.2%포인트 후퇴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중국 내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기업은 고부가가치 대중국 전략 수출 품목을 발굴해야 하고, 정부 또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상품 양허 개정 등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