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벽안에 비친 한국]한국외교 혁신은 유치원 교육부터

이매뉴얼 패스트라이시 아시아인스티튜트 이사장

韓·美·日·中 경제 긴밀한 연결에도

시민들간의 상호교류·협력은 부족

유·초등부터 자매학교 네트워크 수립

장기 공동 프로젝트로 유대 쌓아야

이매뉴얼 패스트라이시 아시아인스티튜트 이사장이매뉴얼 패스트라이시 아시아인스티튜트 이사장









자녀를 오랫동안 한국 학교에 보냈던 외국인 학부모로서 한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 이를 수많은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 교류와 한일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할 때는 한일 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한 하버드 박사로서 아주 기뻤다.

그런데 고위 관료들이 고급 음식점에서 만나 외교안보와 자유무역을 논의하는 것보다 시민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진정한 대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무진 차량 뒷좌석에 앉은 도도한 대사들보다 이들 나라의 초중고 학생들이 나서게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 우리의 미래가 아닌가.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토론 행사에 참석하러 온 한중일 중고등학생들에게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자기 나라의 미래에 관해 정직하게 토론했으며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나는 외교관들이 그들처럼 혁신적으로 토론하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내놓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 같은 학생 교류나 협력에 더 많은 학생이 더 일찍, 더 오래 참가하게 하면 어떨까. 한국·일본·미국·중국의 초중고 학교들이 자매학교 네트워크를 수립해 수개월이나 수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를 위해 협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서 인터넷 기술로 4개국 학생들은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온라인 세미나에서 토론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4개국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관해 짧은 발표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로 발표를 온라인으로 주고받으면서 학생들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는지 비교할 수 있다. 비교는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국제 감각을 키우고 다른 나라와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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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러한 교류는 학생들이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자극을 주는 적극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또한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아주 간단한 교육적인 수단이지만 4개국에서 수십, 수백, 혹은 수천 개의 학교가 고등학교까지 혹은 졸업 후에도 온라인 협업을 지속한다면 학생들은 두터운 우정을 쌓게 된다. 외교적인 마찰 사고나 정치적인 겉치레 때문에 4개국의 우호 관계가 궤도를 이탈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은 직접 오프라인으로 만나 그들의 공동체의 희망과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이 개인적으로 맺은 우정은 상호 연결된 공동체들 간의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생들이 맺은 긴밀한 개인적인 유대를 바탕으로 4개국의 공동체들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한국·일본·미국·중국 등 다른 나라들은 금융이나 기술 통합의 결과로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 기술의 통합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간의 긴밀한 관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 간, 시민 간 통합의 병행 발전이 필요하다. 이들 나라 간의 경제 통합도가 높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다른 나라 경제까지 흔들어놓을 수 있다. 하지만 각국 시민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은 자칫 감정적인 반응과 깊은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최고위층 간의 외교적 균열은 큰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기술을 활용해 장기적인 대화와 협력을 위한 우호의 가교와 넓은 통로를 수립하는 창의적인 수단이 이미 존재한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한 대응은 바로 자매학교 네트워크 같은 예상외의 혁신이다. 따라서 한국 외교 혁신의 시작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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