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마켓

월가의 뒤늦은 각성…“성장과 인플레 예상 누구도 몰라”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앨런 블라인더(오른쪽) 프린스턴대 교수가 블룸버그TV에 나와 “인플레이션 피크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TV 화면캡처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중국의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뒤늦게 반영하면서 폭락했습니다. 어닝에 대한 불안감에 MS와 알파벳의 실적도 보지 않은 채 팔자 주문이 쏟아졌는데요. 나스닥이 3.95%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각각 2.81%, 2.38% 내렸습니다.

어제 장에 대해 ‘3분 월스트리트’에서 “이해가 어려우며 유동성에 기댄 결과”라고 분석해 드렸는데 시장이 뒤늦게 깨달은 셈이죠.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중국은 미국 기술기업에 큰 고객이다. 반도체 산업은 중국에서 사업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증시가 다시 크게 떨어지다보니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폴란드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외무장관이 “핵전쟁 위험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인플레 우려가 더 커지는 꼴인데요. 시장의 관심이 큰 인플레이션과 성장, 증시에 관한 전망을 추가로 전해드립니다.

“美 인플레 얼마나 오래갈지 몰라”…보수적인 도이치뱅크 “중립금리 5% 안팎” 주장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인플레는 계속 오를 것이다. 원인 중의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작했으며 러시아는 밀과 옥수수의 주요 수출국”이라며 “에너지 비용도 오르는데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심각하고 오래갈지 모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으로 가는 상황이라고 짚었는데요. 블라인더 교수는 “연착륙을 달성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연준은 최소한 금리를 2%포인트 더 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그 누구도 인플레 피크가 언제인지 모른다”며 가까이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죠. 중립금리가 어느 수준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의 말과 연계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요.

계속 강조하지만 연준도 인플레 피크가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 피크에 기대지 않겠다”고 할 정도니까요. 피크가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많은 이들의 우려보다 짧아질 수 있지만(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더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이는 더 많은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하지요.

월가에서 가장 먼저 경기침체 얘기를 꺼낸 도이치뱅크가 이날은 중립금리가 5%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월가에서 가장 먼저 경기침체 얘기를 꺼냈던 도이치뱅크가 이날 중립금리가 5% 안팎으로 추정된다며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얘기를 듣기 전에 그들이 가장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데요. 데이비드 폴커츠-란다우 도이치뱅크 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고려해 우리는 연준이 이번(긴축 사이클에서)에는 금리를 5~6% 수준으로 올리면 충분하다고 본다”며 “미국 가계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고 실업률이 3.6%에 불과해 중립금리가 5% 안팎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연준이 중립금리를 2.5% 안팎으로 보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죠,.

폴커츠-란다우는 “이번 긴축과 금융시장의 격변은 내년 말까지 경제를 상당한 침체로 몰고 갈 것”이라며 “실업률이 몇 퍼센트 포인트나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전망은 분포도로 보면 과격한 축에 속합니다. 핵심은 구체적인 수치보다 석학들이 연착륙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고 연준도 인플레 피크와 중립금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과도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우크라이나와 중국 락다운(봉쇄)의 불확실성도 급격히 커지고 있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자체 추산에 따르면 2024년 1월 이전에 경기침체가 일어날 확률이 44%라고 합니다.

“0.5%p 3번 인상 대차대조표 축소 시 충격 올 수도”…월가 “페드 풋 한동안 없어. 지금은 사지 마라”


월가의 분위기도 영 좋지 않습니다. 어제만 해도 저가매수 얘기가 꽤 있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는데요. 제이슨 트레너트 스트래테가스 CEO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떨어질 때 사지말고 오르면 팔라고 하면서 “긴축은 이제 시작이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5%인데 반해 기준금리는 0.25~0.5%여서 갈 길이 멀다”며 “연준은 현재 정책 유연성이 없으며 페드 풋은 한동안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킨드레드 벤처스의 카니 마쿠벨레는 “우리는 기술주 앞에 내리막길이 있다고 본다”고 했고, 사토리 펀드의 댄 나일스는 “S&P가 최고점에서 20%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미라 판디트는 최근의 오르내리는 시장 흐름을 두고 “악재 속에서 한발 앞으로 갔다가 두발 뒤로 가는 형국”이라고 빗대기도 했죠.

더한 예측도 있는데요.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세냑은 “최근 수년간의 빅테크 주식의 강세는 경제전반이 둔화하면서 펀더멘털이 의미있는 수준으로 악화할 때 거품이 터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트위터 인수를 확정지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의 주가가 이날 12% 넘게 폭락했다. 블룸버그



실제 상하이에 공장을 두고 있고 중국이 큰 매출처인 테슬라는 이날 12.18% 폭락했고 엔비디아(-5.6%)와 AMD(-6.10%)도 낙폭이 컸습니다. 조시 브라운 루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 CEO는 “나는 이번에 애플의 수익이 좋을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28일 실적을 공개할 예정인 애플도 이날 3.73% 떨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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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연준의 긴축이 또 한번 증시를 강타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코말 스리쿠마르 스리쿠마르 글로벌 스트래티지스의 사장은 “연준이 5~7월에 0.5%포인트를 올리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 증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물론 5~7월의 0.5%포인트가 시장에 다 반영돼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 현실화했을 때, 특히 양적긴축(QT)과 함께 이뤄지면 투자심리에 추가로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우울한 얘기만 전해드렸는데 최소한 지금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워스 차팅의 카너 워스의 생각도 비슷한데요. 그는 “모든 매수를 미룰 때”라고 짚었습니다. 저가 투자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만 빅테크를 포함해 주요 기업의 어닝을 확인하고 우크라이나와 중국의 상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월가 예상치 밑돈 알파벳…연준, 인플레 문제 내년으로 미룰까


공급망과 인플레이션, 금리인상을 얘기할 때 중요한 것은 결국 미국 경제가 이를 견뎌낼 체력이 되느냐입니다. 금리를 많이 올려도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면 괜찮을 겁니다. 성장이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인데요.

로렌 굿윈 뉴욕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며 임금과 인플레이션이 오르면서 연준이 연착륙할 수 있는 길은 좁아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장이 이를 따라갈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시장이 기업 어닝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죠.

성장 문제에 관해서는 지금도 의견이 갈리긴 합니다. 사라 하우스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경제적 역풍은 내년 후반기나 2024년에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강하며 누구도 인플레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고용이 강하기 때문에 소비를 못하는 건 아니”라고 봤는데요.

하지만 러시아의 위협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중국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 시민의 90%를 대상으로 사실상 전수검사에 가까운 조치를 하는 것을 보면 추가 락다운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레란드 밀러 차이나 베이지북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 락다운에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가 끔찍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적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는데요. 장마감 후 나온 알파벳의 실적은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모두 기대치를 밑돌았습니다. 이중 유튜브 광고매출이 68억7000만 달러로 예상치 75억1000만 달러를 크게 하회했죠. 기업의 수익과 성장이 각종 악재 속에서도 시장을 떠받치는 축이었는데 이것이 흔들리면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공급망 차질 우려를 전망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10.3% 급락했고 보잉 역시 5% 떨어졌는데요.

다시 한번 정리해드리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락다운에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지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한데 성장이 받쳐주고 공급망 문제가 풀리면 이를 잘 넘기고 연착륙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경기침체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핵전쟁 위협을 높였다. 증시와 시장에는 또다른 불안 요소다.


확실한 것은 단기간으로 보면 금리는 계속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다만, 정책전환과 관련해 여러 예측이 끊임없이 나오죠. 1차적으로는 경기침체가 연준의 방향 전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예측이 있는데 정치적 요인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0.5%포인트의 연속 금리인상과 양적긴축(QT)이 증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 스리쿠마르는 “연준이 앞으로 두 달 간 정책전환에 대한 유혹이 클 것”이라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둔화와 증시하락을 피하고 이를 내년으로 미루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연준이 이미 큰 실수를 했기 때문에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데요. 인플레가 8.5%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이것이 다소 내려오더라도 정책을 전환하게 되면 상당히 높은 인플레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연준이 어떻게 나올지를 가를 변수가 갈수록 많아지고 리스크는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연준의 방향을 정하는 데 인플레이션과 성장이 첫 단추이기 때문에 이를 잘 살펴야겠습니다. 5월 FOMC야 다음 주지만 이후의 FOMC는 정말로 회의 시점이 가까워져야 구체적인 전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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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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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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