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부터 해고 무효 소송 중 ‘화해금’을 받은 퇴직자가 화해금에서 원천징수된 소득세를 돌려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무선통신개발업체 A사가 퇴직자 B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소송 상고심에서 A사의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2006년 A사에 입사해 대관 업무(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가기관을 상대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로 재직하다 2015년 해고당했다.
회사의 승인 없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관련 내용을 외부기관에 전달하거나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해고 사유였다.
B씨는 징계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사측과 B씨는 법원이 내린 5억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A사가 B씨에게 화해금 5억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화해금이 ‘필요경비 없는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소득세 1억원과 지방소득세 1000만원을 원천·특별징수해 3억9000만원만 B씨에게 송금한 것이다.
B씨는 이런 원천·특별징수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회사 예금채권압류와 추심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사측은 곧장 청구이의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해고 무효확인 소송에서의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지급된 화해금이 과세 대상인지였다.
1심과 2심은 이번 사건의 화해금은 비과세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사측은 B씨에게 건넨 화해금이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사례금’이라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따져볼 때 B씨가 받은 화해금은 ‘사무 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해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는 의미의 사례금과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A사와 B씨는 해고 무효확인 소송 중 서로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였고, 분쟁을 조기 종결함으로써 각자 이익을 본 셈이니 화해금은 사례금이 아니라 분쟁해결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화해금 산정에 B씨가 징계 해고를 통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이 반영됐다는 점도 사례금이 아니라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가 할 수 있는 강제집행의 범위를 남은 화해금 1억1000만원으로 제한했다.
A사는 당초 청구이의소송을 제기하며 강제집행을 불허해 달라고 요청했으므로 재판에서 명목상으로는 일부 승소했지만 실질적으로는 1억1000만원을 추가 지급해야 해 패소한 셈이 됐다.
사측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심의 판결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어떤 돈이 과세 대상인 사례금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려면 금품 수수의 동기와 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며, 이번 사건에서의 화해금은 사례금이라고 보기 어렵고 분쟁해결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