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연 4600만원 벌어 빚 갚는데 4500만원 쓴다"… 전체 17% 적자가구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7%가 적자 가구라는 조사가 나왔다. 소득에 비해 금융 부채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흑자 가구 역시 안심할 수 없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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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가계 재무 상태가 적자인 가구의 특징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가계 금융 복지 조사 자료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전체 2052만 가구의 17.2%인 354만 가구가 적자 가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자 가구의 연평균 경상소득은 4600만 원으로 이 중 원리금 상환액이 4500만 원(경상소득의 99.3%)이나 차지했다. 여기에 필수 소비지출 2400만 원, 이자 외 비소비지출 900만 원을 합하면 평균 3200만 원의 적자를 내며 또 다른 부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 연구위원은 금융 부채 규모가 소득에 비해 커 적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이 5배 이상인 가구는 흑자 가구의 경우 3.6%에 불과한 반면 적자 가구에서는 19.3%나 됐다. LTI가 높은 가구의 61.5%는 적자 가구였다. 이들 가구의 연간 원금 상환액은 평균 3400만 원으로 흑자 가구(500만 원)보다 7배가량 많았다.

또 적자 가구 중 66만 가구(18.6%)는 세입자로부터 전월세 보증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적자이면서 임대를 놓는 가구는 전월세 보증금으로 생활비, 이자 상환에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요량으로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자신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전세 보증금 하락 시 보증금 상환이 원활하지 않아 경제 충격 파급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노 연구위원은 “영국은 LTI가 4.5배를 넘는 신규 주택 저당 대출 건수가 신규 취급 건수의 15%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보완하기 위해 LTI 상한을 보조 지표로 활용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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