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마켓

“피크 여부가 핵심 아냐”…“인플레 하락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릴 것”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달러트리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고객. 인플레이션에 구매 가능 물품이 줄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데 따른 불안감에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3.18%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65%, 1.02% 떨어졌는데요. 금리상승 전망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한때 연 3%를 다시 넘었습니다.

4월 CPI는 인플레이션을 확 낮추기가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조차 “물가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할 정도입니다. 오늘은 CPI를 분석해보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고물가에 성장 문제 본격화 생계비 위기도 가까워져”…“인플레 피크? 갈 길이 멀다”


4월 CPI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4월 CPI는 전년 대비 8.3% 올라 시장 예상치 8.1%를 웃돌았는데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6%를 전망했는데 이 또한 6.2% 상승했습니다. 3월의 헤드라인 수치 8.5%나 근원 CPI(6.5%)와 비교하면 완화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려스러운 측면이 많은데요.

이날 시장이 급락하면서 4월 CPI를 부정적으로 본 이유는 크게 5가지입니다.

① 4월 CPI, 예상치보다 높음 →해석: 금방 안 떨어져. 피크 큰 의미 없어

② 근원 CPI 수치 전월 대비 더 상승→해석: 우크라 때문만이 아닌 전방위로 물가 오른다는 증거

③ 계속된 8%대 물가는 실질 소득 및 소비 감소 의미→경기침체 가능성 증대

④ 주거비 관련 5.1% 상승. 1991년 4월 이후 최고치. 서비스 부문도 인플레 지속

⑤ 최소 6월 0.5%포인트 등 긴축정책 이어질 것

무엇보다 4월 CPI는 월가의 전망치를 뛰어넘었습니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인데요. 특히 근원 CPI를 보면 1년 전 수치는 물론이고 최근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전월 대비로 따지면 상승률이 0.6%로 3월(0.3%)의 두 배입니다.

지속적인 고물가는 소비를 줄이게 하는 요인이다. 연준의 긴축에 따른 수요감축과 맞물려 급격한 경기둔화 가능성이 생긴다. AFP연합뉴스


1월(0.6%)에서 2월(0.5%)을 거쳐 3월(0.3%)까지 내려왔었다가 다시 급등한 건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큰 원유와 밀·옥수수 등의 부분을 뺀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핑계를 대기 어렵다는 거죠. 로버트 파브릭 다코타 웰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헤드라인 숫자가 기대보다 다소 높았다. 근원이 문제였는데 전월 대비로는 3월보다 2배였다”며 “이것은 인플레이션이 아직 피크가 아닐 수 있음을 의미하며 시장에 큰 우려를 줄 것 같다”고 짚었는데요.

칼 샤마토 캠프리지 글로벌 페이먼트의 수석 시장 전략가는 “특히 근원 부문에서 예상보다 높은 것은 기저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꽤 강하게 남아있으며 이것이 지속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고, 스티븐 스탠리 암허르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내려오기 시작하고 있다는 기대가 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비관적 예측이 적지 않은데요. 최소 높은 물가가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문제는 고물가 지속 시 수요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거죠. 실질 소득이 줄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는데 안 그래도 연준의 긴축정책에 수요는 줄게 돼 있습니다.



8%는 그 자체가 너무 높은 숫자입니다. 양쪽으로 소비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 체인 가운데 하나인 웬디스의 경우 1분기 미국 동일매장 매출 증가율이 1.1%에 그쳐 전년 수치(13%)는 물론이고 시장 전망치(2.28%)도 밑돌았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근원 CPI를 보면 더 이상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며 “인플레이션이 성장의 문제가 되고 있다. 고물가 지속에 이제 생계비 위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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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로 확산하는 인플레 죽이기 어려워”…“인플레 4~5%로 내려가도 긴축 유지할 수밖에 없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피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가 쏟아집니다. 8.5%에서 8.3%로 줄었다고 해서 피크라고 하기에는 절대 수치가 너무 높고 여기에서 많이 떨어질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달했을 수도 있지만 이는 인플레가 통제되고 있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떨어지느냐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이 4월 CPI 발료 직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분기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7%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답이 많았지만 웰스파고는 8%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하는데요. 7%대 후반을 말하는 건데 다수의 답인 6%대 후반도 낮은 숫자가 아닙니다. 마이클 다르다 MKM 파트너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배를 놓쳤으며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피크가 지금인 것 같지만 이것은 덜 중요하다. 핵심은 인플레 수치가 어느 수준에서 정해질 것이냐, 어느 정도 높게 형성되느냐”라고 봤는데요.

실제 주변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우선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주비용 등이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요. 전월 대비로는 0.5%로 3월(0.5%)과 같고 1년 전과 비교하면 5.1%로 1991년 4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프린시플 글로벌 인베스터의 시마 샤는 “4월 수치는 또다른 서프라이즈”라며 “인플레 감속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릴 것임을 암시한다”고 전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의 고물가를 당장 잡기는 힘들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약발이 듣는데는 12~18개월 안팎이 걸린다. AP연합뉴스


외부 변수인 중국도 그렇습니다.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스콧 고틀립은 “나는 중국이 당장 코로나에서 빠져나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습니다. 코로나에 관한 얘기지만 이는 중국발 공급대란과 그로 인한 물가상승 요인이 오래갈 수 있다는 뜻인데요.

미 언론의 분위기도 인플레를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이로 인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쪽입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예상보다 높은 CPI 리포트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죽이기 어려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했고, WSJ은 “인플레가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까지 가려면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4월 CPI 헤드라인 수치가 3월보다 떨어졌다고 해서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떨어졌는데 많이 안 떨어진다면 고물가로 인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이죠. 아네타 마르코우스카 제프리스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상품 부문의 물가상승세는 완화하고 있지만 서비스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상승률이 높다”며 “인플레는 오래가고 노동시장에 의해 지속할 것이며 그것을 없애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프트랜딩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데요. 이날도 켐펜의 아네카 트레온이 “통계학적으로 연준이 소프트랜딩을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연준 사탕발림 멈추고 금리 4~5% 이상으로 올려야”…다만, 여전히 6~7월 0.5%p 인상이 기본 가정


중요한 것은 인플레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고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연준이 어떻게 나올까입니다. 1차로는 인플레가 떨어지더라도 4~5%가 계속되면 지금의 긴축 페이스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요. 케이시 보스찬치치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에 업사이드 리스크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핵심은 언제가 피크냐가 아니라 인플레가 계속해서 끈적끈적하게 지속된다는 점이다. 만약 지금이 피크라고 해도 인플레 수치가 5%라면 연준은 계속 긴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더 강력한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연준이 0.75%포인트 카드를 테이블에서 치울 수 없다”며 “중립금리가 3%라는 말도 지금 상황에서는 3%인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전직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윌리엄 더들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4~5%. 혹은 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며 “인플레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금리를 올려야 하는지, 고통이 얼마나 클지를 감추는 사탕발림을 그만둬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는데요.

하지만 연준이 무엇을 해야만 하느냐와 실제로 어느 정도 할 것이냐는 다른 얘기입니다. 연준 입장에서는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연준에 사탕발림(sugarcoating)을 그만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로이터연합뉴스


현 상황에서는 연준이 6월과 7월에도 0.5%포인트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세부 내용이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겉으로는 수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당장 또 0.75%포인트로 전환할 이유가 적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플레가 크게 내려오지 않고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만 연준의 정책전환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점과 앞서 제롬 파월 의장이 두세번의 0.5%포인트 인상을 언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0.5%포인트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추가로 파월 의장의 경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 수치를 한 달만 갖고 판단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한 적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는 4월 CPI만으로는 그가 밝힌 정책구상이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보여줍니다. 5월 CPI나 물가지표마저 문제가 되거나 확률은 낮지만 물가가 급락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당분간 0.5%포인트를 기본으로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WSJ은 “4월 CPI는 연준이 다음 두 번의 회의에서 0.5%포인트를 올리게 할 것이며 아마 그 이후로도 인상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BMO도 6월과 7월에 0.5%포인트, 9월에는 0.5%포인트 아니면 0.25%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보는데요.

증시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앞서 모건스탠리가 S&P500의 12개월 전망치를 3900으로 낮췄는데 단기간에 3700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죠.

안타깝지만 상황이 계속 좋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힌다는 신호가 나올 때까지 주식시장은 리스크가 있을 수 있는데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이사는 “최근 시장이 바닥을 찾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아직 그곳에 도착하지는 않았다”고 했죠. 12일 나올 생산자물가지수(PPI)를 포함해 각종 지표와 경제상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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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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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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