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발해 검찰을 떠난 날 소회를 적은 글이 열흘이 지나서야 외부에 공개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지난 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를 통해 “이제 검찰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두 차례 사의를 표했다. 지난달 11일 제출한 첫 번째 사표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반려되자 김 전 총장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방문하는 등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왔지만, 지난달 22일 여야가 박 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재차 사표를 냈다. 김 전 총장은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당시 상황을 일자별로 정리했다.
그는 “(첫 번째) 사직서 수리 전까지 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검사장 회의 주재, 언론을 통한 국민 호소, 대통령 면담 요청, 국회 법사위원장, 국회부의장 및 국회의장 면담 등 일정을 순차적으로 수행했다”며 “지난달 22일 국회의장 중재안에 대한 보도가 나왔고, 점심시간에 여야 정치권에서 중재안을 수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장은 “예상치 못한 소식에 너무 놀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더 이상 제가 할 일이 없다는 생각뿐이었고, 대검 간부들도 동의해줘 즉시 법무부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한달 동안 저뿐만 아니라 모든 검찰 구성원은 일치단결해 한 목소리로 법안처리에 관계된 분들과 국민들께 문제점과 충분한 논의의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에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다수의 힘으로 민주적 절차를 어기고, 날짜를 정해놓고 밀어붙이자 우리의 대응은 역부족이었다”고 절망감을 드러냈다.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를 앞둔 상황을 두고는 “사건처리 지연, 국가 범죄 대응능력 사장 등 돈과 힘을 가진 범죄자에게만 유리하고, 힘없고 억울한 피해자는 구제받기 어려운 상황이 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김 전 총장은 “입법에 반대하고 저지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이해하고 공감해줬다”며 “우리가 내는 목소리의 진정성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진심으로 호응해 주시는 것에서 큰 용기를 얻었으며, 한 줄기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급하게 입법된 현 제도를 헌법정신에 맞게 보완하고, 국민들께서 형사사법절차에서 불편과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수사권을 경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20년 형사사법제도 개혁 과정에서 추진하기로 했던 자치경찰제 강화,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 등 이행은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