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기조는 유지하면서 노사 모두에게 도움되도록 근로시간 운영에 대한 노사 선택권을 확대합니다. 동시에 생명과 건강이 우선인 노동가치가 존중받는 게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철학입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서울 한 중소기업에서 근로시간 준수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듣는 간담회를 열고 한 말이다. 이 발언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둘러싼 갈등을 사실상 모두 해결하겠다는 방향이어서 실행 방안과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주 52시간제는 2018년 7월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작년 7월부터 5~49인 사업장까지 적용받는다. 도입 취지는 장시간 근로를 줄여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노동계 출신인 이 장관도 장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주 52시간제의 도입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가 도입되자 기업들은 준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단적인 예로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가 작년 1~5월 2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주 52시간제로는 기존 생산량이 감당이 안돼 기업들의 인가 신청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근로시간이 줄어 납기를 못 맞추거나 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이 장관도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 완화를 통한 기업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동의했다. 고용부는 근로시간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선다.
문제는 이 장관이 '생명과 건강이 우선인 노동가치'도 지켜지는 근로시간 대책도 동시에 예고한 점이다. 이는 주 52시간제가 장시간 근로의 폐단을 막아 건강권을 확보한다는 순기능과 부딪힌다. 노사 관계상 자율적인 선택권은 근로시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주 52시간제가손질되면 안 된다고 이미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주52시간제 보완책을 사실상 다 쓴 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주목한다. 기존 보완책을 보면, 업무량에 따라 근무 기간을 기업 스스로 정하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2주에서 6개월까지 확대됐고 선택근로제는 3개월까지 허용된다. 또 범 정부는 주 52시간제 위반을 엄격하지 감독하지 않고 근무시간 컨설팅 지원, 근로시간 단축 기업에 대한 인건비 지원과 정책금융 우대, 외국인 근로자 지원, 적정 공시 기간 제도화를 대책으로 내놨다. 이 장관은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듣고 노사에 균형적인,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