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일본 진출로 일본 기업들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4년 일본 공장 가동을 앞둔 TSMC가 일본 기업들에 비해 높은 연봉을 내걸고 대규모 채용에 나섰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실리콘 아일랜드 쟁탈전 1200명'이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통해 TSMC의 구마모토현 진출이 규수 인재 수급을 흔들고 있다고 짚었다.
규슈는 일본 영토의 4개 핵심축 중 가장 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1980년대 현지 반도체 생산의 40% 가량을 차지해 '실리콘 아일랜드'라고 불리면서 과거 일본 반도체의 전초 기지 역할을 했다.
TSMC는 구마모토 공장에서 2024년 말부터 22~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TSMC는 구마모토 공장 신설에 필요한 투자 자금도 당초 8000억 엔에서 총 9800억 엔(약 9조3638억 원)으로 늘렸다.
TSMC가 일본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공장 신설에 필요한 자금 중 절반에 가까운 4000억 엔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칩 공급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는 TSMC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왕국 재건을 노리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 역시 TSMC 유치로 반도체 산업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 시점에선 울상일 수밖에 없다. TSMC가 고연봉으로 인재 선점에 나섰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TSMC의 연봉은 내년 봄 입사 예정인 대졸자 초임의 경우 28만엔(약 268만 원), 석사 수료시 32만엔(약 306만 원), 박사 수료시 36만엔(약 345만 원)이다.
구마모토현이 지난해 4월 직원 50명 이상의 19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지 대졸 기술자의 초임은 평균 19만4443엔,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20만9730엔에 불과하다.
구마모토현 내에서 반도체 제조장치를 만드는 업계 한 관계자는 “TSMC 연봉은 상당히 높다”며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걱정했다.
반도체 외 다른 업계도 인력난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후쿠오카현에 위치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현재도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데, TSMC 진출이 본격화 할 경우 채용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것도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인재를 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1조엔 규모의 투자로 인한 경제 회복 기대감과 인재 확보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