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군사기술 강화를 노리고 전 세계 학계를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를 늘려 첨단 기술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군사력 현대화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 최대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 간 중국군 관련 조직이 해외 연구진과 공동 집필한 논문이 약 4만 5000건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극초음속활공체·전파흡수소재·자율형 무인항공기(UAV)를 주제로 한 논문만 473건이다. 이들은 각각 군사 미사일·스텔스기·저비용 무기화에 전용될 수 있다고 알려진 기술들이다.
대표적으로 2020년 중국 시안과학기술대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와 함께 발표한 극초음속기의 레이더 송신 관련 논문은 스페이스 셔틀 등 민간 분야 뿐만 아니라 미사일 기술로의 전용이 의심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았다. 당시 논문 작업에는 중국 공군 훈련기에 연관된 연구를 하고 있는 중국 연구진과 함께 중국 국영 군수기업 2곳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외국과의 공동 연구에 참여한 중국 측 교수들이 차후에 중국 군사 실험에 참여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상무부가 2017년 군사 안보 유출이 우려되는 중국 기업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기 시작한 이후로 군사 조직과의 연결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중국 연구진이 미국·일본·유럽 24개국의 대학 및 기업과 학술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정부는 앞서 2015년부터 민간의 첨단기술 연구를 국방 분야에 활용하는 ‘군민융합’ 전략을 적극 추진해 왔다. 2017년에는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를 설립해 시 주석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중국 7개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으로 유학생들을 보내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 2019년에는 중국 유학생 수가 3년 만에 20% 증가한 106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은 장기체류 유학생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며, 영국은 외국인 연구진에 대한 감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의식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신문은 “첨단기술의 경우 군사용과 비(非)군사용을 명확히 구분 짓기 어렵다”면서 “미중 갈등으로 흔들리는 학계가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