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차원 다른 '4無의 늪'…더 깊고 긴 위기 닥친다

◆美 자이언트 스텝 하루만에 다우 3만 붕괴…코스피도 장중 2400 무너져

전세계가 위기 '글로벌 안전판 부재'

전쟁 장기화發 '원자재·에너지 부족'

통화재정 한계 '정부 대응여력 고갈'

정치 극한대립 '난국극복 협치 외면'

17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시세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전날 뉴욕 증시 급락의 충격으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2400선을 일시 하회했으며 이후 낙폭을 일부 줄여 2440.93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17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시세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전날 뉴욕 증시 급락의 충격으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2400선을 일시 하회했으며 이후 낙폭을 일부 줄여 2440.93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번 경제 위기는 이전과 차원이 다를 수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3년간 엄청난 돈이 풀렸고 이것이 증시·부동산·코인 등 자산 시장의 버블을 키웠는데 아시다시피 지금 빠지고 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 미국의 초긴축 등과 맞물려 우리 경제에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17일 전직 국책연구원장의 현실 진단은 냉혹했다. 과거의 위기가 ‘정답이 있는 퍼즐’이었다면 현 위기는 팬데믹과 유럽 전쟁, 기술 패권과 맞물린 무역 분쟁, 긴축으로의 통화 정책 급전환 등 대외 변수로 초래돼 해법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은 하루 하루가 다르다. 새파랗게 질렸다는 표현이 빈말은 아니다. 이날 0.43% 하락한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1년 7개월 만에 2400선이 붕괴됐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3.7%를 돌파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가 1년 5개월 만에 3만 선을 밑돌고 나스닥지수가 4% 급락한 데 따른 여파다. 국내 증시는 미국만 쳐다보는 ‘천수답 증시’가 된 지 오래다. 에너지 빈국인 데다 무역의존형 경제라 아시아 증시 가운데서도 가장 취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특정 진원지도, 이런 충격을 흡수할 구심점도 없는 위기 △중동·아프리카 중심의 국지전이 아닌 경제 주류인 유럽 내 전쟁이 사태를 더 악화시킨 위기 △재정 여력이 바닥난 데다 인플레이션 위기가 겹쳐 가용 수단이 없는 위기 △이전보다 더 심해진 정치권의 극한 대립 등 변수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다 보니 대책도 마땅치 않고 나오는 대책이 실기하거나 정교하지 못할 경우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무엇보다 에너지 강국인 러시아와 곡창 지대를 가진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면서 전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마저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내 1800조 원 넘는 가계부채와 전체 기업의 30%가량에 달하는 한계 기업을 가진 우리 정책·통화 당국의 고민을 키우는 실정이다.

다급한 우리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한 규제 및 감세 패키지 중심의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고용과 투자

주체인 기업의 활력을 높여 복합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고육책이다.

하지만 야당은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으로 공격에 들어갔다. 법 개정이 필요한 법인세 완화 등 각종 정책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가 본격화하면 취약 계층부터 타격을 받는다”면서 “정치적 득실을 넘어 협치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큰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