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경 지휘부 일괄사의] 추락 조직 분위기 쇄신 의지… '지휘부 집단공백'은 없을듯

"집단사의 무책임" 내부 비판 속

수사 압박에 소극적 저항 해석도

정봉훈 해경청장정봉훈 해경청장




‘서해 피격 공무원’의 월북 여부에 대한 수사 결과를 1년 9개월 만에 뒤집은 해양경찰청 지휘부가 24일 전격적으로 일괄 사의를 제출한 것은 더는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을 버티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경 지휘부 전원에 대한 사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은 만큼 지휘부가 앞장서서 바닥으로 추락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봉훈 해경청장과 치안감 이상 해경 간부 9명은 이날 오전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고 일괄 사의를 밝혔다.정 청장은 전국 지휘관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오랜 고심 끝에 우리 해경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해경 지휘부 중에는 사건 당시 본청 수사정보국장으로 재직하며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윤성현 남해해경청장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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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안팎에서는 지휘부가 집단 사의를 선택한 배경을 두고 소극적 저항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전 정권을 겨냥해 해경을 압박해오고 있지만 해경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기력함을 느낀 지휘부가 집단 사의를 통해 소극적 저항에 나선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해경이 피살된 공무원의 월북 여부를 뒤집으면서 그동안 정부로부터 침묵을 강요받은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앞서 해경은 피살 공무원의 월북 여부에 대한 판단을 뒤집으면서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고 기자단의 질의응답도 일체 거부했다. 또 다른 해경의 한 관계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해경은 입을 열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정 청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하며 “우리 조직에 닥쳐온 위기 앞에서 부족하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에 대한 사과나 책임 통감보다도 조직의 위기라는 표현으로 정권의 압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현실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등 정부 차원에서 집단 사의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직 해경 출신의 한 인사는 “세월호 사고 후 정부가 해경을 해체했을 때도 지휘부가 집단으로 사의를 표명하지는 않았다”며 “이번에 청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부 있었지만 지휘부 9명이 동시에 사의를 밝힌 것은 위에서 지침이 내려온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휘부의 집단 사의 표명을 놓고 무책임한 자세라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해경의 한 직원은 “세월호 때 조직이 해체되는 수모를 겪고도 말로만 반성하고 달라지지 않았다”며 “초유의 지휘부 일괄 사퇴로 해경 역사에는 또 한 번 오명만 남을 뿐 이번 사태를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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