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역대 정부 노사갈등 완충판"…개점휴업 경사노위 재가동되나

[문성현 위원장 사의 표명-난제 산적한 노동개혁]

尹정부 '친기업' 행보에 勞 반발

여소야대 속 법안 상정도 힘들어

20년간 300개 사회적합의 견인

"경사노위로 해법 찾아야" 목소리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7월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7월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역대 정부에서 노사정이 참여한 사회적 대화는 노사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거나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현안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됐다. 김영삼 정부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 그 이후 정부에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사회적 대화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경사노위는 개점 휴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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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최근 사의 표명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도 윤 정부 앞에 놓인 각종 노사 현안과 노동 개혁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려면 경사노위가 다시 재가동돼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의 표명의 명분으로 “새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 성공하려면 하루빨리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문 위원장은 다음 주께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정 합의 기구, 개혁과 위기 극복 구심점 역할=경사노위는 20여 년간 노동시장·경제정책·사회보장 등 300개의 크고 작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특히 노사 갈등이 극과 극으로 벌어져 합의하기 어려운 사안마다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출범한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는 정리해고제, 파견 근로제, 재벌 개혁, 노동기본권 등이 담긴 경제 위기 극복 협약을 이끌었다. 김영삼 정부도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자문 기구로 발족했고 1997년 여야 합의로 노동법 개정을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일명 양대 지침(일반 해고와 취업 규칙 변경)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파국으로 갔던 사회적 대화는 문재인 정부에서 봉합됐다. 문 위원장이 이끈 경사노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과로사방지법 등 친노동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은 민주노총의 불참에 따른 반쪽짜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198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이뤄진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 노사정 갈등 완충 역할 절실=윤 정부는 노동 개혁을 연금 개혁, 교육 개혁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노동 개혁은 결코 쉽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노사 어느 한쪽의 입장만 반영하면 개혁은 고사하고 파열음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정부에서 경사노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더욱이 경사노위는 지난 정부에서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숙제를 안고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도 경사노위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윤 정부에서 경사노위의 가장 큰 역할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완충판 역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윤 정부가 경영계에 유리한 정책만 추진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주52시간제 연장근로 단위 변경안에 대해 장시간 노동을 방치하고 노동자의 과로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여당이 개정하기로 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하반기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하반기 노사정 관계가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노동 전문가들은 한국의 노사 관계 지형을 고려할 때 결국 사회적 합의라는 큰 틀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국내 노동조합 조직률은 20%대를 넘지 않는다. 게다가 산업별이 아니라 기업별로 교섭 체계가 확립됐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처럼 노조가 있는 사업장만 처우 개선 속도가 빠르고 나머지 사업장(중소기업)은 소외되는 노동시장 내 이중 구조도 심화되고 있다. 정치 지형도 거대 양당 구도가 공고해 정부 여당 의지대로 법안을 개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정부나 국회에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과감한 정책을 쓰기 어려울 수 있다”며 “사회적인 공감대를 마련하는 경사노위의 역할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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