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년 뒤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3.9%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 상승해 2012년 4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꺾기 위해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역대 최대 폭 상승으로 2012년 4월(3.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년간 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인식도 4.0%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올라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오르고 국제 식량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공급망 차질까지 이어지면서 물가가 당분간 오를 것으로 보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특히 외식비를 비롯한 체감물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팀장은 “기대인플레이션이 현재 물가 흐름을 반영하기 때문에 높게 나타난 것”이라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이나 금리 인상은 과거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체감물가도 반영되면서 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JP모건 등 7월 빅스텝 예상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가계는 비용 부담으로 인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서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임금·물가 악순환(wage price spiral)’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 물가에 기대인플레이션이 반영되기 시작한 만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한은이 다음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정액급여 중심의 임금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다음 달 빅스텝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다. 블룸버그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시장 금리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시장 참가자들은 한은 기준금리가 6개월 뒤 3.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남은 네 번의 금통위에서 빅스텝 한 번,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세 번을 예상한 것이다. JP모건도 다음 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심리 얼어붙고 집값 전망도 하락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전월 대비 6.2포인트 하락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CCSI가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오미크론 확산에도 떨어지지 않았던 소비심리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CCSI 하락 배경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성장 둔화, 주요국 금리 인상, 물가 상승세 지속 등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소비심리뿐 아니라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심리도 크게 꺾였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13포인트 하락해 98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4월(-16포인트)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지급 부담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더 오르기 힘들 것으로 보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예상으로 금리수준전망 CSI는 14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