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삼성, 8년만에 반도체 R&D센터 짓는다…이재용 '기술 초격차' 첨병

기흥 사업장 유휴 부지에 기초 공사 시작

화성 DSR 이후 처음…인력·설비 공간 확보

3나노 파운드리, 차세대 메모리 연구할 듯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가 8년만에 신규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를 건설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기술 경영’을 강조하면서 시스템반도체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도약, 메모리 초격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기흥 반도체 사업장 유휴 부지에 R&D 센터 건립을 위한 기초공사 작업에 들어갔다. 건설은 삼성물산이 맡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연구 기지를 설립하는 건 지난 2014년 화성캠퍼스 디바이스 솔루션 리서치(DSR) 설립 이후 8년 만이다. 기흥 사업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1980년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상징적인 장소다.

삼성전자가 기흥 사업장에 R&D센터를 추가로 짓는 이유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에 걸맞은 인력, 설비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화성캠퍼스 내 DSR, 반도체연구소(SRD)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기술을 연구했다. 기존 R&D 시설에 엔지니어 수와 설비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연구·사무 공간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새 R&D 센터가 완공할 경우 신기술 개발에 숨통이 틀 수 있다는 얘기다. 기흥 사업장은 화성 연구소와 자동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새 R&D 센터에서는 주로 파운드리, 메모리 관련 첨단 기술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30일 양산에 돌입할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공정을 비롯해 12나노 D램 등 최첨단 기술 연구 기반을 갖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관련해 “아직 파악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유럽 출장 귀국 길에서 “첫번째도 기술, 두번째도 기술, 세번째도 기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네덜란드의 ASML과 벨기에의 종합 반도체연구소(아이멕·imec)에 가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느낀 게 제일 중요했다”며 R&D와 핵심 장비 시설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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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사업장 전경. 사진제공=서울경제DB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사업장 전경. 사진제공=서울경제DB


삼성전자는 이번 신규 R&D 센터 건립을 기점으로 반도체 기반 강화, 인력 확보, 기술 초격차 수성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30일 예정된 GAA 기반 3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비롯해 각종 미래 최첨단 제품 개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규 R&D 센터가 경쟁 업체들의 기술 추격을 따돌릴 핵심 거점이 될 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실제로 D램 분야 3위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10나노 5세대급 D램을 올 연말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10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10조원에 인수하며 각종 낸드플래시 유무형 자산을 흡수했다.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 등 중국 업체들의 약진도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TSMC가 최근 일본에 R&D 센터를 세우는 등 세계 전 지역에 걸쳐 R&D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미국 인텔, 중국 SMIC 등 다른 주요 업체들도 R&D 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다.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 준비도 R&D 센터가 떠안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에서 미래 기술로 분류하는 3차원(D) D램, 하이·뉴메리컬어퍼처(High·NA) 극자외선(EUV) 기술, 6억 화소 이미지센서 등 분야에서는 아직 독보적인 강자가 출현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차세대공정개발팀을 만들어 무주공산 부문을 선점하기 위한 진용을 갖췄다.

삼성전자의 R&D 센터 신규 건립이 최근 관련 조직 개편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2일에는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 인사 이후 고작 6개월 만에 부사장급 10여 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삼성전자는 해당 인사에서 반도체연구소 수장을 송재혁 플래시개발실장으로 교체했다. 또 기술개발 역량을 전문화를 위해 메모리 기술 개발 조직인 메모리 TD실을 D램·플래시 TD실로 각각 분리했다. D램 TD실장엔 박제민 부사장이, 플래시 TD실장엔 장재훈 부사장이 각각 이동했다. 파운드리 사업 쪽에서는 남석우 부사장을 신임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으로, 장성대 부사장을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인프라기술센터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20일에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전자 계열사 사장단 25명을 한 자리에 모아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기흥 사업장의 R&D 센터가 삼성전자에 추가로 들어올 우수 인력을 담는 새 부대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다. 반도체(DS) 부문에서 첨단 반도체를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2027년까지 연구 인력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사업을 총괄하는 경영진들까지 우수 인력 영입전에 앞다퉈 뛰어든 상태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지난 5월과 이달 초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생들에게 삼성전자 칩 설계 사업을 설명했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사장도 올 2월 회사 자체 채용 행사인 ‘삼성 T&C포럼’에서 회사 문화와 임직원과의 소통 철학을 직접 소개했다. 이 부회장 역시 18일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불확실성 속에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인재를 모셔오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시도를 더 확장할 뜻을 암시했다.


강해령 기자·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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