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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등하더니 급락…'김민경 쇼핑몰'에 무슨 일? [코주부]





최근 우울하기만한 주식시장에 핫한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주주들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는 '무상증자'인데요. 무상증자가 스치기만 해도(소문만 돌아도) 주가가 급등하면서 '무상증자=상한가' 공식까지 만들어진 지경입니다. 아 잠깐만, 상한가라고? 가만히 있을 개미들이 아니죠.

때 아닌 무상증자 찾기에 돌입한 투자자들은 아직 공시하지 않은 기업 가운데 무상증자 여력이 있는 종목까지 탐색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주가가 급등했다가 바로 급락. 혹시 너 테마...주? 오늘 <코주부>에서는 지난 레터에 이은 증자 2탄으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무상증자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

무상증자 왜 하냐고? "우리 회사 꽤 괜찮거든(자랑)"


무상증자는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을 말합니다. 유상증자와 마찬가지로 회사가 공시한 신주배정일 전까지(2거래일 전까지!) 해당 주식을 매수하면 권리를 갖게 됩니다. 유상증자와 달리 청약이 없어 투자자는 기간 내에 해당 주식을 갖고만 있으면 일정 비율로 공짜 주식을 득템할 수 있습니다. 반면 회사 입장에선 들어오는 돈이 없다보니 실질적으로 자산이 증가하거나 기업가치가 변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어요. 유상증자와 달리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닌거죠. 그렇다면 왜 무상증자를 할까요?

①기업 이미지 개선과 주주환원: 무상증자는 회사가 이익을 내고 남은 잉여금*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회사의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재정적으로 우량한 회사가 아니면 시도조차 못할테니까요. 또 회사는 주주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도 무상증자를 진행합니다.

※회사의 자기자본은 자본금+잉여금으로 구성. 즉 회계장부에서 보면 무상증자는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기는 것으로 자기자본 규모는 변화 없음.

②유동성 증가: 무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만약 기업의 주식 수가 너무 적어서 유동성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죠. 또 권리락 효과(아래 설명)를 통해서 주가가 낮아지게 되는데 이때 착시효과로 주가가 싸게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주식 수는 늘어나고 가격은 내려가므로 회사는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무상으로 새 주식을 준다고? (아니, 세상에 공짜는 없어)


언뜻 무상증자는 돈도 안 내고 내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불릴 수 있는 호재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10만원짜리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는데, 100% 무상증자로 200주가 되면 내 계좌에 찍히는 주식 가치는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이 되는 거잖아요. 말이 되냐고요? 네 맞아요, 말이 안되죠.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무상증자는 회사에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 수만 늘어날 뿐, 기업가치는 변하지 않아요. 그렇다보니 회사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게 됩니다. 신주 비율 만큼 기존 주식의 주가를 떨어뜨리는데, 증자 이후 매수하는 투자자들과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권리락(무상증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진 날) 당일에 진행합니다. 이게 바로 '권리락 효과'로 위에 언급한 10만원짜리 주식은 5만원이 되는 거죠. 다만 이후 신주가 들어오면 주식 수가 200주로 늘어나니 내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1000만원으로 동일합니다. 전문용어로 똔똔.

그런데도 주가는 6거래일 연속 상한가...왜 올라요?


①유동성 증가 기대감: 무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하면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증자 후에도 주식 수가 늘어남으로써 일시적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주가 상승세가 연출될 수 있죠.

②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효과: 위에서 언급했던 권리락 당일 주가가 떨어지면 시장에서는 해당 회사의 주가가 싸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합니다. 주가가 갑자기 싸졌다고 느낀 투자자들은 이 종목을 매수할 수 있겠죠. 매수가 몰리면 주가 폭등. 통상 권리락 당일에는 이 착시효과로 장중 상한가를 찍는 종목들이 많습니다.

빈수레가 더 요란...주가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무상증자는 유통 주식 수를 늘려주지만, 전체 시가총액이나 자본금 등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는 변화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후 급락할 위험이 큽니다. 반짝 주가 부양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실제로도 무상증자 완료 후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례를 보시죠. 지난 5월 30일 코스닥 상장사 노터스(278650)는 무상증자 권리락이 공시된 후 다음날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10배 넘게 뛰었습니다. 권리락 효과로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자 투자자들이 몰린 거죠.

그러나 이후 9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3만 7000원이었던 주가는 720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권리락 기준인 7730원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노터스만이 아닙니다. 김민경 쇼핑몰로 유명한 여성 의류업체 ‘공구우먼(366030)’도 무상증자로 인한 상한가 뒤 급락을 겪었습니다. 공구우먼은 무상증자 권리락에 따른 착시효과로 올해 상장 뒤 3개월 만에 주가가 무려 9배 넘게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시장에 대거 풀리자 단 이틀 만에 주가가 47.9% 급락했죠.

주가 띄우고 먹튀? 투기 목적의 무상증자 주의보


특히 최근에는 무상증자가 투기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무상증자 전 주식을 미리 매집한 뒤 무상증자를 발표하고(혹은 소문내고)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이익을 챙기는 사례들이죠. 생각보다 많고 다채로워요. 임원부터 슈퍼 왕개미까지(개미끼리 이건 배신 아닌가요…)

또 최근 무상증자를 결정한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신생 중소형사인데, 이들이 하는 무상증자는 무조건 호재로만 볼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앞서 말했듯 무상증자는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우량 대기업이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라면 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본잠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기 떄문입니다. 이 경우 상장폐지까지 갈수 있죠. 주가 띄우려다 폭망.

전문가들은 무상증자가 마치 테마주처럼 변질돼서 투자자들의 단기적인 투기 성향을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무상증자 테마주에 운좋게 돈을 벌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위험성이 커 단숨에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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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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