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머가 경기 침체를 얘기하네. 좋아, 사람들아. 이제 정해졌어. 확실히 올해 침체는 없다.”
최근 ‘짐 크레이머가 3가지 가능한 침체 시나리오를 분석한다’는 이름으로 미 경제 방송 CNBC에 유튜브 영상이 올라오자 달린 댓글이다. 반박이나 ‘싫어요’는 없고 8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크레이머는 CNBC의 간판 앵커로 현재 ‘매드 머니(Mad Money)’를 진행한다. 하버드대를 나온 그는 1984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헤지펀드 매니저를 거쳐 금융과 투자 전문 매체 더스트리트닷컴을 창업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CNBC에서 증시 관련 프로그램을 맡아왔다.
그런 그도 시장 예측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크레이머의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시청자도 많고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도 넘쳐 나지만 정확성을 문제 삼으며 그를 엔터테이너라고 비꼬는 이들도 있다. 크레이머가 증시가 바닥이라고 하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오른다고 하면 조심해야 한다는 식이다. 2020년 코로나19 록다운(봉쇄) 이후 크게 올랐던 기술주가 하락하다 보니 불만을 갖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듯하다.
하지만 경기와 증시의 앞날을 100% 알아맞히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미국 방송을 보다 보면 주가 지수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건 하나님께 물어봐야 한다”고 답하는 이들이 꽤 많다. 전망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말이지만 실제로도 그렇다. 완벽한 예측이 가능하다면 이론상 경기 침체도 주가 폭락도 없을 것이다.
2020년과 2021년 ‘돈나무 언니’ ‘흙수저 버핏’으로 추앙받았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대표를 보면 이해가 쉽다. 2020년 초 51.9달러 수준이었던 아크이노베이션 ETF는 코로나19 이후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2021년 2월 156달러 대까지 치솟았다. 3배 가량 폭등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모두가 우드를 칭송했고 그의 투자를 따라했다. 우드의 한 마디에 비트코인 시장이 움직일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아크이노베이션 ETF는 고점 대비 -70.4%를 기록 중이다. 초기부터 테슬라 같은 기업의 가능성과 기술주의 성장성을 알아본 그였지만 그 또한 놓친 것들이 있었던 것이다. 한때 ‘월가의 황금손’이라고까지 불렸던 그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를 잘못 짚었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지던 지난해 말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했으니 할 말 다한 셈이다.
그가 오만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와 올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밀컨콘퍼런스에서 직접 만나 본 우드 대표는 친절하고 상냥했다. 그를 둘러싼 많은 이들의 질문에도 일일이 답해주려고 노력했고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나 간과할 수 있는 요인, 즉 경제와 증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변동성에 당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뉴욕타임스(NYT)에 다시 한번 인플레이션에 관한 반성문을 쓴 것은 세계적 경제학자 역시 경제 예측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해 초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겁먹을 때가 아니다”라며 대규모 정부 부양책을 촉구했다. 지금 보면 당황스럽지만 그때만 해도 크루그먼의 생각에 동조하는 이들이 상당했다.
불가지론을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 경기 침체 당시 블룸버그는 이런 문구의 광고를 냈다. “경기 회복이 언제 되냐고요? 아무도 모릅니다(Nobody knows). 하지만 우리는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최고의 분석을 해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그렇다. 이 말에 진실이 담겨 있다. 누구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망은 틀릴 수도 맞을 수도 있지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단순히 틀렸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당시에 얼마나 논리적이었는지 따져야 한다.
경제학자의 발언이나 애널리스트 보고서, 언론 기사도 마찬가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이 또 한번 다가오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모르는 곳을 갈 때 지도가 없는 것보다는 다소 잘못 그려졌더라도 지도가 있는 편이 낫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도 시장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는 명제부터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