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플레이션에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 개발 인력 보전도 어려운 중소 핀테크 업체들과 스타트업들이 각종 규제에 부딪혀 확보한 인력도 내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은 최근 자회사 보험대리점(GA)인 보맵파트너 소속 정규직 설계사 10여 명을 전부 내보내고 대면 영업을 중단했다. 2015년 설립된 보맵은 한때 국내 인슈어테크 선두 주자로 인정받았으나 지난해 10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핵심 사업 중 하나였던 맞춤형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중단되며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4월 회사는 ‘연봉 최대 5600만 원’을 내걸고 설계사를 공개 채용하며 사업 재확장 의지를 보였지만 두터운 규제 벽에 기존에 채용했던 설계사까지 전원 해촉하게 된 것이다.
인슈어테크 기업을 비롯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겸영 업무 범위를 개선해달라며 금융 당국에 목소리를 냈지만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4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업 시범 운영 방안’을 핀테크 업계와 논의하고 플랫폼사의 보험 중개 업무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는 했지만 이도 기존의 금융 혁신 서비스를 통한 사업만 가능하게 해 놓았다.
앞서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지난달 19일 금융위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 과정에서 총 79건의 건의 사항을 제출했다. 은행연합회, 생?손보협회 등 업권 내 8개 협회 중 가장 많은 건수로 핀산협을 제외한 나머지 7개 협회 평균(22건)보다 3배 이상 많았다. 한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경우 단지 부수 사업이 아니라 사업의 본체 자체가 규제 완화가 아니면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빅테크와 핀테크를 구분하는 것부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금융위가 개최한 ‘금융 플랫폼 혁신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은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을 어떻게 구분해서 볼 것인지, 혁신 금융 관련한 업권 간 서로 다른 의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과는 밝히지 않았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규제에 부딪혀 성장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하는 동안 침체된 투자시장은 이들의 생존을 더 어렵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즈C 투자 유치에 나선 A 핀테크 업체 대표는 “투자사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고정비용인데 이걸 어떻게 감당할지 설명했을 때 예전보다 보는 눈이 깐깐해졌다”며 “그렇다 보니 빅테크사처럼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하고 연봉을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수개월째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B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연말까지 현재 인원보다 50~60% 더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사실 현재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보니 개발 직군 채용을 상시로 열어뒀어도 실제 증원 계획은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