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달 궤도 탐사선(다누리)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으로부터 섀도캠(음영 카메라) 탑재뿐 아니라 항행 기술, 네트워크망까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우주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미 등 국제 우주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김대관(49·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서울경제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나사는 이번에 다누리에 섀도캠을 탑재해 달 남극에 유인 우주기지 건설을 위한 데이터를 습득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달을 기반으로 화성 등 심우주를 탐사하려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달의 극지방에는 태양 빛이 비추지 않아 수십억 년간 쌓인 물·얼음이나 태양 입자, 메탄·암모니아 등이 축적돼 있어 현지에 기지를 만든다면 생활에 필요한 연료와 로켓연료를 얻을 수 있다.
김 단장은 “다누리를 계기로 한미 등 국제 우주 협력을 강화하면 정부가 계획 중인 2031년 우리 발사체를 통한 달 착륙선 발사, 이후 소행선 탐사 추진 과정에 속도가 붙어 선도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누리는 국내 5개 기관(대학 1곳 포함)은 물론 나사까지 총 6개 기관에서 융합 연구개발(R&D)을 하고 많은 기업이 참여한 ‘융합 연구의 끝판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단장은 “우리로서는 다누리를 통해 우주로 나아가는 큰 걸음마를 뗀 것”이라며 “달까지 38만 ㎞인데 연료 저감을 위해 5개월을 돌아 150만 ㎞ 이상을 도는 탄도형달전이(BLT) 코스를 택한 것도 도전 정신, 모험 정신을 뜻하는 기업가정신의 발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1년간 다누리가 달의 극지방을 하루 12회 공전하면서 한국천문연구원이 달 뒷면까지 편광 영상을 찍게 되고, 항우연은 불과 몇 ㎏의 카메라로 고해상도를 내고, 전자통신연구원은 우주인터넷(DTN) 기술을 처음 적용하는 등 도전적인 내용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도 “다누리는 우리가 처음으로 지구를 벗어난 우주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해 상상력을 키우는 큰 의미가 있다”며 “1987년께 에드워드 벨브루노에 의해 처음 이론적으로 제안된 BLT 궤적의 설계를 직접 해내기 전에는 이 임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김 단장은 나사와의 협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다누리를 위해 오래전부터 나사와 협력해왔는데 협업을 넘어 같은 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문제를 같이 해결하려 노력하고 우리의 무리한 부탁도 수용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 우주군기지의 다누리 발사 현장에 온 존 구이디 나사 우주탐사시스템 부국장은 “BLT 궤적을 설계한 한국 팀은 아주 영리했다”며 “나사 전문가들이 이 궤도를 검토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미 우주 협력과 관련, “달의 경제적 가치가 커지고 있는데 달 주변에 한국이 (올 하반기부터 2035년까지) 추진하는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같은 항법·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달 임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단장은 “다누리를 발사한 미국 스페이스X와도 발사 후 샴페인을 같이 터뜨렸다”며 “이 회사는 인력 운용, 위성·발사체 조립을 체계적으로 하는 등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제일 비싼) 1단 로켓도 현재 13회까지 재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발사 비용도 ㎏당 과거 1억 원 선에서 이제는 2000만 원 이하로 뚝 떨어졌다. 다누리의 무게는 678㎏이며 지난 7년간 2367억 원이 투입됐다.
김 단장은 “다누리는 설계 변경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해답을 찾았고 이제는 자신감이 붙었다”며 “우리나라가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후속 모델인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해 2031년 자체 달 착륙선을 발사하기로 했는데, 그 전에 작은 위성을 실은 달 궤도선을 먼저 검증용으로 쏘아 올리는 사업도 필요하다”고 희망했다. 다누리는 당초 설계안에 비해 무게가 128㎏이나 늘어나 태양·지구·달의 중력을 활용하는 장거리 코스를 택했으나 달 착륙선은 곧바로 달까지 가게 된다.
김 단장은 “정부가 나사는 물론 다른 나라와 폭넓게 국제 우주 협력에 나서야 한다”며 “항우연 등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의 참여 폭을 늘리고 대학과 시민사회의 참여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