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핵도발과 실익 '딜레마' 빠진 北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 핵실험 초읽기 들어갔지만

미중 갈등 최고조 달한 국제정세

코로나發 경제난도 김정은엔 부담

핵실험 실익 있나 고민 깊어질 것






북한이 곧 7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화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가 방송사에서 특집 방송을 편성하고 필자도 출연을 준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의 국방 및 정보기관 책임자 역시 북핵 실험 준비가 완료됐다고 여러 차례 단정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국 외교안보 당국자들도 기회만 있으면 당장 내일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최소 다섯 번은 언급했다.

관계 당국이 사후 정보 예측 실패라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서인지 혹은 진짜 위성사진으로 징후가 농후한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4월 25일 핵을 방어용에서 공격용으로 전환한다는 ‘핵 독트린’을 발표한 후에도 북한은 양치기 소년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미 당국의 핵실험 임박 예상은 번번이 빗나갔다. 당초 그 같은 정보가 오판이었는지 또는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을 준비했으나 여건이 여의치 않아 보류하고 있는지는 판단에 한계가 있다.



왜 김 위원장은 핵실험 타이밍을 포착하지 못하는 것일까, 혹은 당분간 핵실험 카드를 접은 것일까. 상황 판단의 논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예고된 충격은 충격이 아니다. 예고된 상태에서 실시간은 아니더라도 중계방송식의 핵실험은 언론사 헤드라인에서 3일 이상 버티기 어렵다. 2006년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여섯 차례의 핵실험이 빅뉴스가 됐던 측면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한미일 전문가나 정보기관도 북한 핵실험을 예견하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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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핵실험 직후 가까스로 20분 전에야 실험 통보를 받았던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광범위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슴없이(悍然·한란) 강행했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란'은 제멋대로라는 한자어로 당시 핵실험은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까지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2016년 1월 4차나 9월 5차 핵실험은 한 해에 두 차례나 실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올해 7차 핵실험은 4월 하순 이후 예고편이 길어져 충격을 주기에는 김이 빠진 셈이다.

다음은 국제 정세가 북한의 핵실험에만 포커스를 맞추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장기전으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함께 대만해협의 파고가 높아졌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의 수위는 최고조의 치킨게임에 이르렀다. 중국은 대만 상공을 지나가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의 로널드레이건 항모전단은 남중국해로 이동하는 등 ‘4차 대만해협 위기’가 발발했다. 북한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내정간섭이라며 중국 편을 들었다. 시진핑과 조 바이든의 한판 승부가 월드컵 결승이라면 북핵 7차 실험은 동네 프로축구 수준이다.

1964년 1차 핵실험 이후 30년 만인 1996년에 핵실험 중단을 선언했던 중국이 서부 신장위구르차치구에서 핵실험을 위한 확장 공사를 마친 장면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핵무기 보유 숫자를 현행 300기에서 1000기로 확대하려는 중국의 핵실험이 뉴스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지난주 유엔에서 개최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제기된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폐기 요구도 평양에는 큰 부담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내부 사정 역시 녹록지 않다. 1월 단동~신의주 철도를 통해 북중 무역을 재개했지만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는 코로나19가 발생했다. 한은 ‘북한 경제 추계’에 따르면 경제는 코로나19 철통 봉쇄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민소득(GDP)은 18년 전과 비슷하다. 인민들의 고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핵실험은 호소력이 없다는 것을 김정은조차 인지하고 있다.

비상시국에서 핵실험 단추를 누른다면 과연 실익이 있을까라는 김정은의 고민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올해 20차례에 달하는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의 대응은 강경 일변도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군이 실기동훈련까지 재개하는 상황에서 평양은 군사 도발의 실익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펠로시의 대만과 판문점 JSA 방문은 아무래도 지금은 7차 핵실험의 때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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