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기후대응 예산만 480조원…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모처럼 웃었다

■965조원 '인플레 감축 법안' 美상원 통과

공화 반대 속 민주 이탈표 없어

'여당 내 야당' 조 맨친도 찬성표

해리스 캐스팅보트 행사로 통과

전기차·풍력 등에 막대한 세혜택

건강보험 지원 예산도 640억弗

부자증세로 천문학적 재원 마련

대기업 최저 15% 법인세 부과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가 7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통과된 뒤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가 7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통과된 뒤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3690억 달러(약 480조 원)를 투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정책을 담은 이 법안의 하원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 내 전기자동차·배터리 제조를 비롯해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천문학적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기업에는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한다.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기후·의료를 위한 투자와 부자 증세 등의 내용을 담은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51 대 50으로 가결 처리했다. 이 법안은 10년간 7400억 달러(약 965조 원)를 조달해 기후 대응에 3690억 달러, 의료 지원에 640억 달러 등 총 4330억 달러(약 565조 원)를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상원의 절반인 공화당 의원 모두가 이 법안에 반대했으나 당연직 상원 의장인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법안은 결국 통과됐다. 미 상원에서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를 무력화하고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최소 60표의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민주당은 과반 의결이 가능한 예산조정권을 가동해 이를 우회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7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상원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통과시킨 뒤 퇴장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EPA연합뉴스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7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상원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통과시킨 뒤 퇴장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EPA연합뉴스


이 법안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3조 5000억 달러(약 4600조 원) 규모의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 최초 설계안에는 크게 못 미치나 통과 자체가 불투명했던 지난 수개월간의 상황을 고려하면 극적인 반전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법안에 반대해온 ‘여당 내 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의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에 상당한 지원책을 제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민주당이 결집한 것이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미 정부는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를 위해 약 3690억 달러를 집행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 제품을 구매하는 미국인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풍력터빈 및 태양광 패널 제조, 주요 광물 채굴 회사에 막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북미 지역에 생산 기반을 갖춘 LG·SK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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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기차 신차 구매에 대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2032년까지 연장했으며 중고 전기차 구매에도 4000달러까지 같은 혜택을 받게 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부담이 커지는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배정한 600억 달러에는 미국 최초의 녹색은행 설립을 위한 270억 달러도 포함된다. NYT는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미국의 단일 투자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건강보험 지원 예산(640억 달러)도 포함됐다. 공공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서 노인의 본인 부담금을 연간 2000달러로 제한하고 1300만 명이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재원 마련 방식은 기본적으로 ‘부자 증세’다. △대기업 법인세에 최저한세(15% 세율)를 적용하고 △메디케어가 제약 회사와 처방약 가격을 협상하도록 했으며 △국세청(IRS) 세무조사 강화를 위해 자금을 대폭 지원한다.

민주당은 이 법안의 증세 폭이 지출 규모보다 크기 때문에 연방 적자를 3,000억 달러 이상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투입되는 예산만큼 미국 가정의 부담이 줄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공화당은 인플레이션 감소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이 결국 가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격리에서 해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이 7일 델라웨어 별장으로 가기 위한 마린원 탑승을 위해 백악관 잔디밭을 걸어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코로나19 격리에서 해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이 7일 델라웨어 별장으로 가기 위한 마린원 탑승을 위해 백악관 잔디밭을 걸어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상원에서 법이 통과됨에 따라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이번 주 내 법안을 처리한 뒤 이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낼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안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며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전기차 제도 등에서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가 미국 내에서 창출된다”며 “이 법안에 서명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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