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배터리 3사, 美 생산시설 확대 ‘수혜’…현대차·기아는 전기차라인 확보 ‘과제’

■심층분석 美 인플레 감축 법안 통과 따른 국내 기업 영향

LG엔솔 美생산 비중 45%로 늘려

SKC는 “북미 동박공장 연내 첫삽”

현지 전기차 공장 없는 현대차·기아

앨라배마·조지아서 전동화 속도전

한화솔루션, 태양광 투자 확대할 듯


미국 상원에서 7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통과된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국내 친환경 산업 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0조 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친환경 지원 법안을 밀어붙여 중국 공급망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만큼 국내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반사이익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아직 현지 전기차 공장이 없는 완성차 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중국에 대한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법안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를 자국에서 조달하거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들여오는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비중은 2024년까지 50%, 2026년까지 80%로 미국에서 조달한 원자재·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셀 기업들의 북미 시장 내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총 54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북미가 45%, 아시아가 35%, 유럽이 20%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유럽 시장 비중이 높지만 점차 북미 시장에 대한 비중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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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북미 시장 진출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 동박 생산 기업인 SKC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북미 동박 공장은 올해 안에 최종 부지를 선정하고 연내 착공해 2025년 상반기 양산 목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롯데알미늄과 손잡고 약 3300억 원을 투자해 미국에 양극박 생산 기지를 설립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양극재 공장 설립 등 2025년까지 북미 시장 현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법안 통과로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에는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지 생산 중인 전기차는 없다. 올해 전체로 보더라도 미국에서 생산이 확정된 모델은 제네시스 GV70 전기차가 유일하다. 현재 전기차 판매의 선봉장에 선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모두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셈이다. 반대로 이미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충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 선점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갈 수 있게 됐다.

전기차 세제 혜택의 상한선을 폐지하는 규정도 단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에 유리하지 않다는 평가다. 현재는 한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를 20만 대 넘게 판매할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테슬라와 GM 등은 상반기에만 이 한도를 넘어 이후에 판매하는 전기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했다. 다만 미국 전기차 시장이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친환경차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는 현대차와 기아도 장기적으로는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기아가 기존의 앨라배마·조지아 등 미국 공장의 전기차 전환에 대한 속도를 높여 수요 확대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55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지아 공장은 2025년에나 가동을 시작한다. 당장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늘리려면 기존 공장을 활용해야 하는데 노조의 반발이 문제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세제 혜택 등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제조·처리 업체 지원에 약 600억 달러가 투입된다. 미국 내에서 태양광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생산량에 비례해 세액공제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미국에서 태양광 패널 1위 업체인 한화솔루션은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올 5월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1.4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감축법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공급망을 확충해 에너지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목표가 있다”며 “태양광 산업은 중국이 전체 밸류 체인의 80~90%를 장악했지만 경쟁력 있는 업체를 보유한 국가는 한국과 미국 정도여서 이번 법안을 기점으로 한국의 태양광 및 배터리 업계가 최대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혁 기자·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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