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요 효율화는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 공급 정책입니다. 원자력발전소든 태양광·화력발전소든 추가로 건설을 위해 발전소 건설 부지와 송전 선로가 지나가는 인근 주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단지 한여름과 한겨울 전력 피크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셈입니다. 수요 효율화는 이런 사회적 비용이 적을 뿐 아니라 탄소 중립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상훈(사진)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이 8일 “제조업 위주의 산업 특성과 낮은 전기 요금 탓에 우리나라는 그간 에너지 수요 효율화에 관심이 너무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이사장의 말처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싼 편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1㎿h당 103.9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 산업용 전기요금도 1㎿h 당 94.3달러로 22위다. 이 이사장은 “낮은 전기요금은 공장 등에서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해주는 에스코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애초에 에너지 효율화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으니 관련 사업이 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기후 위기에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도 불고 있다. 에너지공단은 산업용 전력의 효율적인 ‘다이어트’를 위해 공장을 돌며 시스템 진단을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도록 컨설팅하고 있다.
과거의 사례에서 교훈도 찾았다. 이 이사장은 “세액공제·보조금·융자 등 결국 기업이 원하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정부와 함께 에너지 효율화 기계 장치에 대한 투자 시 소득세·법인세 공제를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10% 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융자 한도와 보조금의 보조율을 높이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의 참여도 필수다. 에너지공단은 시민단체·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개문냉방 자제’ ‘실내온도 26도 유지’ 등의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미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는 프랑스 등에서는 개문냉방, 심야 조명 광고 송출 등에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우리도 일상 속에서 전기를 아낄 수 있도록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 예비력이 5500㎿ 이하로 떨어지는 전력 수급 비상 경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높다”며 “개문냉방 자제, 실내 온도 유지뿐 아니라 안 쓰는 컴퓨터 끄기, 넥타이 매지 않기, 반팔 셔츠 입기 등도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