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포위 훈련’을 실시한 탓에 막혔던 하늘길이 4일 만에 정상화됐다. 대만 공역 바깥으로 우회하며 최대 1시간가량 늦어졌던 동남아행 노선도 정상 운행된다.
8일 항공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대만 공역 6곳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추가 연장하지 않고 7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해제했다. 나머지 1곳의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이날 오전 11시 종료됐다.
이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한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이 7일 종료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중국군 동부전구는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된 6개 구역 해·공역에서 4일 정오(한국 시간 오후 1시)부터 7일 정오까지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 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군사훈련으로 대만 공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자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5~6일 대만 직항편은 총 6편 결항됐다. 이들 항공사는 4일과 7일 항공편의 경우 스케줄을 조정해 금지구역 발효 시간을 회피해 운항했다. 5~6일 직항편을 예약한 승객은 7일 직항편으로 변경하거나 수수료 없이 취소하도록 했다.
평소 대만 공역을 지나는 홍콩·싱가포르·베트남·태국 등 8개국 19개 노선도 최단 항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우회하며 항공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했다. 중국 내륙으로 우회할 경우 약 13분, 필리핀으로 우회할 경우 약 10~58분의 추가 비행시간이 발생했다.
우회 항로에 여객기가 몰리면 항로 정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해당 항로를 관리하는 당국에서 ‘항공 흐름 관리’에 들어가 추가 지연 시간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일본 당국의 흐름 관리 조치로 인해 중국 내륙 우회 노선에서는 평균 42분, 필리핀 우회 노선에서는 평균 24분이 지연되기도 했다.
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며 또다시 비슷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3일 대만 공역 내 비행금지구역을 지정한다고 일방적으로 고시한 뒤 한국 등 6개국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통해 중국 측에 우회 경로 제공을 요청했음에도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포위 훈련 종료 이후에도 자국 앞바다 곳곳에서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