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전력난에도 '개문냉방' 블랙아웃 재연되나

[에너지 위기, 전력 다이어트로 넘자]

휴가 복귀 등으로 수요 늘어

최대전력 9만㎿ 웃돌 가능성

올여름 전력 수급 최대 고비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7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상점이 개문냉방 상태로 영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7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상점이 개문냉방 상태로 영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기록적인 늦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진 2011년 9월 15일. 전국 곳곳은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도로 신호등이 순간 먹통이 되면서 교통사고가 잇따랐고 소방 당국에는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가 폭주했다. 횟집 수조와 양식장에 산소 공급이 끊기면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고 중소 공장들은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7일 낮 서울 강남역 인근 상점들이 밀집한 골목.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이날 거리에서는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개문냉방’ 상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상점 직원들은 “문을 열어놓아야 그나마 지나가던 손님들이 시원하다면서 가게로 들어온다”며 “특히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만큼 환기 차원에서라도 문을 열어놓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앞서 에너지시민연대가 지난달 18일부터 6일간 서울·경기·부산·전남·경북 등 5개 시도의 상가 460곳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상점의 13%가 개문냉방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5면



집중 휴가를 마친 산업 현장의 조업이 재개된 가운데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대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평균 전력 수요는 8만 2700㎿로 이미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안정적 전력 수급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공급예비율 10%선도 세 차례나 깨졌다. 정부는 이번 주 최대 전력이 9만 ㎿를 웃돌면서 올여름 전력 수급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다시 전력 수요가 치솟아 공급예비율이 무너질 경우 9년 만의 비상경보 발령은 물론 2011년 블랙아웃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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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주변 현실은 이러한 위기감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 본사 지침이라며 여전히 개문냉방을 고집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있는가 하면 서울시가 미래형 버스 정류소라며 도입한 ‘스마트셸터’에서도 스크린도어를 연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유례 없는 에너지난에 전력 소비를 바짝 조이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는 확연히 대조적이다. 프랑스는 개문냉방 상점에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기로 했고 독일에서는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의 최고 시속을 130㎞로 제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147년 만의 폭염으로 전력난에 직면한 일본은 전력수급주의보 발령에 이어 7년 만에 전 국민에게 절전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로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로만 흘려들을 수 없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블랙아웃 공포의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공급 확대에 치우친 에너지 정책의 무게 추를 수요 관리 강화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날씨가 도와주기만 바라는 천수답 정책으로는 전력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야말로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수요 관리 정책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력 수요 예측을 보다 보수적으로 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자발적 절전 동참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마련 같은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상·우영탁 기자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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