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질 논란 피하려 '정책 과속' 화근…첨단산업 인재육성 등 교육현안 차질 우려

박순애 부총리 취임 34일만에 낙마

만5세 입학 등 졸속 추진 결정타

후임 인선까지 최소 한달간 공백

"국민눈높이 맞는 장관 인선해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34일 만에 낙마한 것은 장관 지명 때부터 불거진 만취 음주운전과 논문 자기표절 등 도덕성 문제와 자질 논란을 정책으로 돌파하기 위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이라는 ‘과속페달’을 밟은 것이 화근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온가족 장학금 혜택’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데 이어 박 부총리마저 사실상 경질되면서 교육 수장이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 참사’가 발생하자 교육계 안팎에서 각종 교육 현안 추진이 차질을 빚고 교육 개혁을 위한 동력마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박 부총리는 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정책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부총리는 취임 34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역대 교육부 장관으로는 이기준(47대·5일), 윤택중(9대·16일), 김병준(49대·18일), 송자(41대·24일) 장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단명했다.

행정학자 출신인 박 부총리는 후보자 지명 때부터 전문성 부족 논란과 함께 만취 음주운전, 논문 자기표절, 조교 갑질 의혹 등 도덕성·자질 문제에 시달렸지만 국회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인사청문회 없이 지난달 5일 취임했다. 취임 후에도 과거 논문 중복 게재로 학회지 2곳에서 논문 투고 금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자녀 생활기록부 대필 등 새로운 의혹도 불거졌다.

박 부총리는 취임 후 대학총장 간담회, 학교 현장 방문 등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갔으나 지난달 29일 이뤄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보고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다. 학부모·교원단체들은 “유아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의견수렴도 없이 추진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정책 철회와 박 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여기에 당초 존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외고 폐지 후 일반고 전환 검토 방침을 밝힌 것도 ‘졸속 정책’이라는 반발을 불렀고 외고 학부모로부터도 사퇴 요구를 받았다.



사퇴 여론이 비등해지자 박 부총리는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지난주 말과 휴일 동안 9일로 예정된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 준비에 매달렸지만 학제개편안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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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40일 만에 ‘지각 취임’한 박 부총리가 업무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전격 사퇴하면서 각종 교육 현안 추진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국정과제인 교육 개혁 추진 동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에 맞춰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반도체·디지털 등 첨단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및 고등교육 투자 확대, 유보통합과 같은 교육 개혁 과제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었으나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 첨단산업 인재 육성과 교육교부금 개편과 같은 정책은 지방대와 초중등 교육계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데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정부 신뢰도 추락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부총리 후임 인선과 인사청문회 과정 등을 감안하면 최소 한 달간 교육부 장관 공백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부총리가 취임할 때까지 한 달 이상 장상윤 차관이 업무를 대행했으나 부총리급 부처를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로서 사회 분야 부처 간 업무 조정을 해야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데다 각종 예산과 관련해서는 같은 부총리급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해야 한다. 아무래도 차관으로는 체급이 밀리고 발언권이 약할 수밖에 없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교육부 폐지를 언급한 데 이어 행정학자를 연이어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교육계를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다 결국 사달이 났다”면서 “이제라도 윤 대통령이 교육에 대한 독선적이고 편협한 시각을 바꾸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장관 인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교육 개혁 동력을 되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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