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업체인 대만 TSMC에 비해 세제·임금·인력수급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후발주자로서 글로벌 1위 업체를 따라잡으려면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0일 삼성전자와 TSMC의 인프라 등 경쟁요인을 분석해 이 같이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TSMC와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53.6%, 16.3%를 기록했다. TSMC의 매출액은 175억 2900만 달러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 53억 2800만 달러의 세 배가 넘었다.
인력규모 또한 TSMC는 임직원 수가 6만 5152명인 데 비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소속 임직원은 2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역시 세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회사 규모 뿐 아니라 조세, 투자 인센티브, 인건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TSMC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대만(20%)에 비해 5%포인트나 높다. 윤석열 정부가 최고 법인세율을 22%로 인하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놨지만 개편안이 통과돼도 여전히 대만보다 2%포인트 높다.
연구개발(R&D)·시설투자 등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TSMC는 R&D 투자 15% 세액공제, 패키지 공정 비용의 40% 지원, 반도체 인력육성에 대한 보조금 등을 지원받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R&D 투자 2%, 시설투자 1% 세액공제율 적용으로 TSMC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한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인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등을 통해 R&D와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높일 예정이어서 상황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전기, 용수 등 인프라 측면으로 보면 전기요금은 한국이, 수도요금은 대만이 더 유리했다. 대만의 시간당 전기요금(㎾h)은 134.2원으로 한국(110.5원)보다 높았다. 수도요금은 대만이 세계 최저 수준인 톤당 486원으로 한국(719원)보다 유리했다.
평균임금과 인력수급에서도 격차가 컸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평균임금은 약 1억 4400만 원으로 TSMC 9500만 원에 비해 4900만 원이나 높았다. 높은 인건비는 고정비 증가로 회사의 경쟁력의 악화 요인이 된다. 또 대만의 경우 반도체학과 등을 통해 매년 약 1만 명의 반도체 인력이 배출되는데 비해 한국은 1400명 수준으로 인력 수급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 정부가 10년 간 15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당분간은 인력수급에서 두 회사 간 격차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기업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국민의 협조가 뒤를 받쳐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기업들이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외 선진업체 수준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 인력양성 등에 대한 지원·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