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10년째 적자' 백패커, 그래도 '핸드메이드'에 자신있는 이유는? [인더뷰]

임승현 백팩커 최고전략책임자 인터뷰

핸드메이드, 100조원의 큰 시장

대표 기업 부재한 동아시아 시장 진출할 것

'작가 위한' 핸드메이드 생태계 구축이 목표







‘새벽 배송과 최저가 상품’이 익숙한 시대에 일반적인 성공 공식을 뒤집은 기업이 있다. 그들에게 큰 할인율과 빠른 배송은 먼 나라 이야기다. 핸드메이드 작가들의 놀이터,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백패커’ 이야기다.



어찌 보면 다소 위험해 보이는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는 백패커는 ‘정성 가득한 제품’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5가지 기준(독창성, 완성도, 표현력, 시장경쟁력, 사진의 퀄리티)에 부합하는 작품을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 플랫폼 ‘아이디어스’에 선보이며 아이디어스를 대표적인 국내 핸드메이드 기업으로 발전시켰다. 이후 2020년에 국내 대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인수하며 핸드메이드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행보와 달리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 상태다. 최근 서울 마포구 동교로에 있는 아이디어스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임승현 백패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작가들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작품들을 판매하기 위해서 당분간은 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핸드메이드 시장은 정말 작을까?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든 백패커의 처음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김동환 백패커 대표는 불만과 불신이 팽배하던 핸드메이드 시장에서 공급자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발 벗고 뛰어다녔다. 사업 초기 사비를 들여 물건을 구매하고, 유통하고, 광고하며 많은 사장님과 신뢰를 쌓았다. 결과는 성공. 지난 5월 기준 아이디어스는 누적 거래액 7600억 원, 재구매 비율 85%를 기록하며 ‘온라인 수공예 장터’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이 돈이 될까’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소상공인이 모여 장사하는 온라인 시장은 큰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편견 때문이다. 임 CSO는 이같은 편견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답했다. 그는 “작은 시장인 것은 맞지만 생각보다는 크다”며 “공예 시장을 ‘금속공예’, ‘도자공예’ 같은 협의의 시장으로 정의한다면 작지만, 광의의 시장으로 본다면 손으로 만든 것, 일반인들이 만든 모든 작품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넓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2020년 6월에 발표한 ‘2019 공예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예산업 전체 매출 규모는 4조 2537억 원으로 2016년 조사 대비 19.7% 증가했다. 사업체당 평균 매출액도 2016년 조사 대비 59% 증가한 1억 6551만 원을 기록하며 핸드메이드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임 CSO는 “광의로 보면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사실 생각해보면 ‘핸드메이드’는 산업이 아니라 프로세스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접 시장까지 다 합치면 100조 원의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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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스는 지난 2021년 기준 2000~30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체 시장에 비해서는 미미한 규모다. 반대로 말하면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 CSO는 “파이를 키워 세계 최대 핸드메이드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 ‘아이디어스를 지금보다 3~6배 정도 키워 엣시(Etsy)만큼 성장하는 게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엣시는 핸드메이드라는 특수성에 집중한 회사다. 엣시의 창립자 로버트 칼린은 공예품이 이베이가 아닌 좀 더 특별한 웹사이트에서 팔리길 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엣시는 미국을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영국 패션 전문 리세일 플랫폼 ‘디팝(Depop)’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엣시에 견줄 만한 대표 핸드메이드 기업이 아직 부재한 상황이다. 일본의 민네(MINNE)가 있지만 엣시만큼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다. 아이디어스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 CSO는 “GDP가 높고 이커머스 시장이 많이 발전한 동아시아 국가들, 즉 일본·대만·홍콩·싱가폴 등 9개 국가를 대상으로 동아시아 시장을 노리고 있다”며 “이 경우 핸드메이드 시장은 24조 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 요인은 광고·배송비…텀블벅 M&A로 생태계 재편


아이디어스는 여느 플랫폼 기업처럼 ‘판매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특히 다른 풀필먼트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아이디어스가 큰 수익을 낸 건 아니다. 판매 수수료 이상의 막대한 광고비 탓이다. 임 CSO는 “지불하는 전체 비용 중60~70% 정도가 광고비”라고 설명했다. 광고는 ‘아이디어스’라는 브랜드가 아닌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작가와 작품이 잘 팔려야 플랫폼으로서의 아이디어스도 성장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임 CSO는 “외부에서 판매 수수료를 20% 정도로 알고 있는데, 멤버십을 통해 월 10만 원 이상 매출을 내지 못하면 수수료를 면제해준다”며 “그 이상의 수익을 내더라도 월 5만 원의 멤버십에 가입하면 15% 정도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배송비도 수익성 악화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직매입 시스템이 아니라 개별 업체가 플랫폼에 상품을 올려 판매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합배송이 불가능해 소비자는 서로 다른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배송비를 지불해야 한다. 한 작품당 3000원의 배송비를 내고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는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백패커는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멤버십을 도입해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소비자가 여러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 할수록 백패커의 빚은 쌓여만 가는 구조다.

그러나 기업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를 향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만큼 백패커도 지난 7월부터 월 BEP(손익분기점)를 맞출 수 있는지, 공헌이익은 나는지 등에 대해 검토하는 중이다. 임 CSO는 “공헌 이익은 충분히 났지만, 월 BEP는 안타깝게 몇천만 원 차이로 맞추지 못했다”며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것만이 기업의 단기적인 목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핸드메이드 생태계를 만드는 게 백패커의 비전이기 때문에 지금은 마진을 굉장히 박하게 두고 있다. 현재는 아이디어스가 핸드메이드 시장을 홀로 견인하고 있다고 생각해 핸드메이드 전체 시장을 키우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훗날 큰 규모로 성장했을 때 다양한 수익 모델, 확장 모델을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 플랫폼 아이디어스(좌)와 펀딩 플랫폼 텀블벅(우). 홈페이지 캡처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 플랫폼 아이디어스(좌)와 펀딩 플랫폼 텀블벅(우). 홈페이지 캡처


백패커의 텀블벅 M&A도 이 같은 차원에서 진행됐다. 펀딩을 통해 작가와 창작자가 작품 활동을 지속해서 펼쳐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펀딩 플랫폼으로 텀블벅을 선정한 이유 역시 핸드메이드와 관련이 있다. “펀딩 플랫폼은 펀딩의 주체와 후원자의 성격에 의해서 정체성이 굉장히 달라져요. 공동구매 형태의 플랫폼이 있는가 하면 투자 목적의 플랫폼도 있거든요. 그런데 텀블벅은 창작자 또는 창작자로 데뷔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자금 조달 목적으로 펀딩하곤 해요. 새로운 아이디어 단계에서 혹은 시제품 단계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세상에 없는 걸 내놓는다는 점에서 백패커의 가치관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공예품의 판매처는 아이디어스, 펀딩 플랫폼은 텀블벅. 그럼 남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지속적인 후원 모델’이다. 창작자 시장은 소수가 수익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시장으로, 다수는 창작활동을 하기 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 창작 활동을 뒷받침해줄 만한 정기적인 후원 서비스가 필요하다. 따라서 미국 창작자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유명하다. 판매는 엣시에서, 펀딩은 퀵스타터에서, 정기적인 후원은 패트리온에서. 백패커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도 ‘이것’이다. 판매는 아이디어스에서, 펀딩은 텀블벅에서, 정기적인 후원은 스테디오에서. 백패커는 지난 7월 MVP모델이지만 ‘스테디오’라는 정기 후원 서비스를 출시해 창작자의 지속적인 후원까지 도와주고 있다. ‘창작자 생태계를 구축’이라는 꿈을 위해서다. “백패커는 창작자의 친구로서 작가와 창작자가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목표예요. 또, 세 가지 서비스가 시너지 효과를 내어 대한민국에서 작가와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 백패커가 되고 싶어요.”


김도연 기자·서지혜 기자·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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