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70대 해녀가 뭍으로 나오다 갑자기 쓰러져 동료 해녀들의 응급조치로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제주동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께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삼양동 해녀탈의장 인근 해상에서 소라 채취 작업을 마치고 뭍으로 나오던 해녀 A(77)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A씨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앞서 뭍으로 나오고 있던 해녀 양수자(52) 씨였다.
A씨는 당시 30㎏가량의 소라가 담긴 ‘테왁(해녀들이 사용하는 어구)’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진 채 물 위에 떠 있던 상태였다.
양씨와 해녀탈의장에 있던 동료 해녀 윤순열(52) 씨는 해산물 채취 도중이어서 체력이 부쳤음에도 힘을 합쳐 A씨를 육상으로 끌어 올렸다. 다른 동료 해녀들은 119에 신고했다.
A씨는 구조 당시 의식과 호흡이 없었다. 이에 양씨와 윤씨는 바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A씨는 119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의식과 호흡을 되찾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씨와 윤씨 두 해녀는 우도 여성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며 평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직접 시행해왔다.
양씨는 "당시 상황이 워낙 급박했던지라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다행히 꾸준히 해온 심폐소생술 교육 덕에, 처음이었지만 실전에서도 (심폐소생술을)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우리 우도 삼양동 어촌계 해녀 중에서 나와 양수자 씨가 가장 젊다.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나와 양씨 책임이란 생각이 들 수 있었을 텐데 천만다행"이라며 "A씨 아들이 사고 당일과 다음날에도 병원에 있는 A씨 대신 고맙다는 인사를 해왔지만, 사실 A씨가 살아줘서 내가 더 고맙다"고 전했다.
제주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는 특수시책 중 하나로 해녀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해 261명, 올해 들어 현재까지 264명에 대한 교육을 완료했다.
이에 지난해 8월에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해녀를 동료 해녀가 심폐소생술로 구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