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장 리츠들의 자금 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투자자 확보가 어려워지자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고 자산 매입을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지스밸류리츠(334890)는 광화문 트윈트리타워를 리츠의 신규 자산으로 편입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당초 지난달까지 1000억 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통해 이지스25호 펀드가 보유하던 트윈트리타워 수익증권을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자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을 잠정 철회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396690)도 지난달 46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접고 미국 물류센터 11곳을 신규 편입하기로 한 계획을 미뤘다. 현재 증자 규모를 줄여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월 1377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공모가는 물론 청약 당시 주가(4450원)보다도 낮은 4335원으로 구주 청약을 받았지만 약 15%의 물량이 미매각됐다. 실권주들은 일반 청약을 통해 팔렸다.
리츠는 대부분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자금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올 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자본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상장 리츠들은 이자 비용 걱정이 없는 유상증자로 선회했다.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동산 자산을 편입하거나 기존 부채를 상환해 리츠의 수익 증가 또는 이자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린 것이다. 자산을 편입해 덩치가 커지면 리츠의 배당 안정성이 높아져 신용등급이 오르는 등 추후 자금 조달 비용도 더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리츠에 대한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평가손실을 우려한 기관들과 개인들의 리스크 회피 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많은 리츠들이 올해 유상증자와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진행하면서 시중에 물량이 늘어나 기관들의 투자 여력도 크게 줄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상장 리츠 역사가 짧은 만큼 안정적인 배당 투자처로 인식하기보다는 주식 투자처럼 접근하는 경향이 크다"며 "투자 자산으로 ‘괜찮다’는 평가를 하더라도 당장 주가가 떨어지니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투자자 확보가 어려워지자 리츠들은 자산 편입 계획을 연기하거나 전단채(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하는 등 자금 조달 통로를 다양화하는 추세다. 종로타워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하던 SK리츠(395400)는 다음달 7일 약 4000억 원 규모 전단채를 발행해 매입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추후 시장이 풀리면 증자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코람코에너지리츠(357120)는 부산 낙동로주유소, 제천 조양주유소 등 비주력 자산들을 매각해 수도권 주유소의 용도 전환과 자산 복합개발 등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