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서울의 모 카페. A씨는 이날 서울경제와 만나 “마약에 중독되면 이성적 판단이 어려워진다”며 “그만큼 한 번 빠지면 끊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마약 중독은 하나의 질병으로 보고,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가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그의 삶이 자리하고 있다. A씨가 마약을 처음 접한 건 20대 젊은 시절부터다. 당시 이태원에서 거주하면서 만난 파키스탄인 등을 통해 처음으로 필로폰 투약을 경험했고, 마약으로 인한 ‘악의 순환’이 계속됐다.
그는 “마약을 계속 투약하다보면 습관적으로 필로폰을 주사기로 맞는 ‘행위 중독’으로 이어진다”며 “마약이 삶의 일부가 되는 이른바 ‘생활뽕’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중독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투약 후 밀려오는 무기력감·불안에 ‘오늘은 ○○ 때문에 마약을 맞아야 한다’식으로 자기합리화하는 과정이 무한 반복된다는 의미다. 결국 A씨는 가족 등 주변인과의 생활조차 어려워졌다. A씨는 “초등학생 딸의 걱정 가득한 만류로 ‘필로폰을 끊어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며 “나를 기다리는 가족만 생각하자며 마약과 결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대 처음으로 마약을 접한 후 이미 삶에서 마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찾았다. 또 스스로 가족들에게 과거 마약 투약 사실도 고백했다. 스스로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속의 관심과 민관 기관의 도움이 필로폰 투약을 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오늘만이라도 참자고 매일 다짐하다 보니 이제는 1년 이상 마약을 멀리하게 됐다”며 “특히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찾으면서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에서 손을 떼겠다고 결심한 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6개 과정의 교육을 수료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이 ‘모든 것을 잃게 하는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도 확실히 인지했다. A씨가 ‘먀악의 위험성 교육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며 어린 딸과 함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찾은 이유다. 이는 그가 ‘초·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A씨는 “마약을 끊는 과정에서 별 다른 국가 지원은 받지 못했다”며 “마약 근절을 위해서는 교육·치료에 국가가 적극나서야 하지만 현재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 민간 단체 지원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는 마약에서 벗어나기 어렵기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개입해 마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국내 마약 치료 체계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실하다. 마약 치료 지정 병상이 200여 개에 불과한 데다 일부 지역에 병상이 몰려 있어서다. 대검찰청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마약류 중독자 전문 치료 병원은 19곳이고 지정 병상은 292개다. 마약 치료 지정 병상은 2018년 한때 414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2019과 2020년 300곳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충남 국립공주병원 병상 수가 10개에서 2개로 줄면서 재차 감소했다. 게다가 전담 병상은 울산(84개), 경남(102개) 등 일부 지역에 몰려 있다. 수도권은 서울 27개, 인천 10개, 경기25개 등으로 62개에 불과하다. 치료 과정에서 사고가 나기도 쉬운데다 수익으로 크게 연결되지 않아 마약류 치료 전담 병상을 병원들이 꺼리고 있다는 게 한 정부 관계자의 귀띔이다.
A씨는 “마약에 중독되게 되면 지능 수준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까지 떨어진다”며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만큼 본인의 결심은 물론 가족의 관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처벌만 강조해 교도소 등 교정시설로 무조건 보낼 경우 오히려 마약중독자들은 다양한 마약 접촉·검사 회피 방법 등만 알게 되는 역효과만 발생할 수 있다”며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치료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