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감세안 후폭풍으로 실각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동지로 평가되는 영국 내무장관이 돌연 사표를 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임인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중도 하차를 불러온 ‘내각 붕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9일(현지 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은 이날 자신이 공문서를 개인 e메일 계정으로 발송해 규정을 위반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정부 방향이 우려된다”며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간 가디언지는 “(브레이버먼 장관이 밝힌) 규정 위반은 내각에서 비일비재한 일로, 자진 사퇴를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감세안의 책임을 물어 사실상 경질된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에 이어 또다시 트러스 총리의 측근이 내각에서 이탈하자 외신들은 트러스 내각 붕괴가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 9월 중도 하차한 존슨 전 총리의 경우 각종 스캔들로 국정 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와중에도 6월 불신임 투표에서 신임표가 절반(211표)을 넘겨 기사회생했지만 이후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을 포함해 각료 50명 이상이 ‘줄사퇴’를 하며 한 달 뒤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트러스 총리가 ‘친정’인 보수당의 거센 압박에도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있지만 각료들의 ‘엑소더스’가 본격화할 경우 결국 존슨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감세안 철회 이후 처음으로 한 의회 연설에서 “나는 투사(fighter)이며 (퇴진 요구에) 조용히 있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